퇴사 3주 차의 회고를 나눕니다. 이 한 편의 글을 통해 퇴사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퇴사한 분들과 연결되어 각자가 퇴사 후 일상을 운용하는 방법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회사 3주 차의 핵심을 꼽으라면, '에너지'와 '메타인지'다.
'도희 님, 요즘 얼굴도 체력도 엄청 좋아졌네요! 퇴사의 힘인가..'
약 1년 간 다닌 운동 시설의 코치님이 요즘 나를 볼 때마다 체력과 얼굴이 좋아졌단다. 회사를 다닐 때도 퇴근하자마자 운동을 가곤 했는데, 그때의 내 에너지와 지금의 에너지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에너지, 에너지란 뭘까? 이 실체 없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에 대해 한 주 내내 생각하고느끼며 퇴사 3주 차를 맞이했다. 첫 회사에 다닐 때도 친구들은 나에게 에너지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에너지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모든 사람에게 회사 생활이 부정적인 기운을 주는 건 아닐 것이다. 내가 선택한 회사와 너무 잘 맞아서 인정받으며 즐겁게 다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아직 그런 직장을 만나지 못했다.
퇴사 후 내가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집중하는 것은, 일을 할 때의 나의 에너지 변화와 그 순간 내가 얼마나 몰입하느냐이다. 그리고 긍정적 에너지와 몰입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더욱 몰입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일을 하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점은 없는지 회고하고 개선한다.
'너는 좋아하는 일이 뭐야?'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때론 너무 막막해 대답하기가 어려운데, 오히려 내가 신나고 재미있게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는 일을 떠올려보면 그게 답이 되지 않을까? 답을 구하고자 답을 애써 생각하는 것보다, 나의 감정과 에너지를 관찰하고 매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나에게 있어서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군가 앞에서 내가 가진 전문 지식을 나누고,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 나 관찰과 더불어 얼마 전 진행한 '갤럽 강점 검사' 역시 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또는 당연하게도 내가 관찰한 결과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강점 검사는 내 강점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약점을 잘 관리하면 내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각자가 가장 잘하는 일을 많이 할수록 우리는 더욱 몰입하게 되고, 인정받으며 활력이 생긴다고.
이를 깨닫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개발하려고 나의 전문성으로 키우고자 노력하는 일 말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대학생 때도 모두 좋아했던 활동들이 내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강사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커리어로 개발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단순히 '이걸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서였다. 참 어리석게도 나의 편협한 사고와 판단으로 내 사고의 틀에 갇혀 충분한 조사를 하지도 않고, 분야를 좁혀 전문성을 가지고 누군가를 교육하는 분들을 찾지도 않은 채 그저 두려움에 하고 싶은 일을 외면했던 것 같다. 판단을 잘 못 한 것이다.
퇴사 후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회사라는 울타리 밖 정글에서 나라는 사람의 위치를 조금이나마 더 객관적으로 보려 하고, 나를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을 거시적으로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위기가 '메타인지' 능력을 조금은 더 키워주는 것 같다.
'메타인지' 분야의 전문가이자 <메타인지 학습법>의 저자인 컬럼비아대 교수 리사 손은 메타인지를 '인지에 대한 인지,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메타인지는 1) 모니터링(내 감정, 인지 및 기억 능력을 관찰하는 것)과 2) 컨트롤 (모니터링한 것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 이 두 가지로 구성된다. 유튜브에서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님이 출연했던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던 '메타인지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능력을 생각보다 과대 평가하고, 내가 가진 역량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기보다 그 성취에 도취되어 있던 게 아니었나 반성해 본다.
퇴사 3주 차, 무언가 당장 생산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건 없다. 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전에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퇴사 후의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 취업을 하기 위해 나를 잘 포장해 없어 보이는 실력도 있어 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내 재능과 약점을 파악하고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내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데이터로 미래를 읽는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박사의 전작 <그냥 하지 말라>의 메시지가, 책을 읽은 지 2년이 된 지금에서야 이해가 간다.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일을 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으로써 돈을 '벌어 오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나만의 업을 만드는 순서일 것이다. 에너지가 흐르는 곳으로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굳은 돌처럼 한 자리에서 묵묵히 수양하며 내공을 길러야겠다. 그렇지만 정체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나라는 돌은 한 자리에 있지만 계속 변화하는 중일 것이다. 바람에, 비에, 모래에 깎이며 정교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제대로 보는 중요성을 깨달은 3주 차.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무엇이든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퇴사 3주 차,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갔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