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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에게서 배운 약속,

그리고 피어난 한 송이 꽃

by 꽃하늘

나는 곤충이나 벌레를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다.

아니,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맞겠다.


한 번쯤 벌레나 곤충을 보고

화들짝 놀라야 할 때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무서워하면

그를 먼저 안심시킨 뒤,

화장지로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감싸

밖이나 땅에 놓아준다.


어릴 적 바깥에 나가면 개미는 늘 있었고, 작은 벌레들이 내 앞에서 장난치듯 날아다녔다.

그들은 나무와 꽃, 바람처럼 풍경의 한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그들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기에 전혀 무섭지 않았다.

내가 먼저 해치지 않으면, 그들 역시 나를 공격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자연스레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마 그들 눈에 나는 거대한 거인처럼 보였을 테니

무서워할 이유가 나에겐 없었다.


지금도 함께 있는 누군가 벌을 보고 놀라면 이렇게 말해준다.

“우리가 먼저 해코지하지 않으면 벌도 쏘지 않아요.”


물론 무서운 것도 있었다.

사마귀와 두꺼비.

둘 다 어디선가 조용히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 나뭇가지에서 날 응시하던 사마귀,

여름날 비가 오고 어둑해지면 구석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두꺼비.

커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두꺼비는 피부로 호흡을 하므로 공기 질이 중요하고

번식기에는 깨끗한 고인 물이 필요하며

사람과 자연이 섞인 반(半)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어쩐지 어느 날부터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숲체험을 가거나,

곤충박물관에 가야 비로소 다양한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

접할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지만,

막상 마주하면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마치 오래 기다린 친구를 만난 듯, 조심스레 다가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좁은 공간, 제 집이 아닌 곳에서

사람 손을 거친 곤충들은 왠지 많이 약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4년 전, 막 태어난 사슴벌레가 우리 집에 왔다.

여자친구 두 마리와 함께 2년 가까이 지냈다.

평균 수명이 1년이라 했으니, 우리는 꽤 오랫동안 사랑으로 보살핀 셈이다.

하나씩 세상을 떠날 때마다 땅에 묻어주며 인사를 했다.

“좋은 곳에 가서 자유롭게 놀아.”


올해, 사슴벌레를 묻어준 그 자리엔 분홍빛 나팔꽃 한 송이가 피었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너희들이 꽃이 되어 잘 지내고 있다고 인사하러 온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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