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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와 시

가사는 멜로디를 타고 흐르고, 시는 종이 위에 머문다.

by 꽃하늘

노래 한 곡을 들을 때

저마다 받아들이는 느낌과 감정이 다를 것이다.


난 주로 가사를 먼저 듣는 편이다.

그래서 일단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노래는 듣기가 힘들다.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지만,

내 귀에 처음 들어온 노래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랫빛…”

엄마가 불러주실 땐 머릿속에 넓게 펼쳐진 모래 위로

반짝이는 빛을 그려 넣곤 했다.

모래가 많으니 바다일 테고,

햇빛이 비친 바다는 모래와 함께 반짝일 거라 상상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별빛, 강물, 눈빛까지.

아마 엄마가 불러주신 노래 속 상상이 내 마음을 물들였던 것 같다.


라디오를 종일 들으며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을 했고

내가 6학년쯤에

정말 갖기 힘들었던 빨간색 마이마이 카세트를

나보다 9살 많은 친언니 같은 이모가 주었을 땐

정말 가슴이 벅찼다.


CD 플레이어를 거쳐 MP3 플레이어까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모든 기기를 지나왔다.

힘든 순간마다 노래는 좋은 친구였다.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는

“힘들 땐 하늘을 보라”는 다정한 위로를 내게 건네주었다.


영화 탑건: 매버릭은 두 번 보았다.

영상 색감은 노을빛과 황금빛이 섞인 듯 따뜻했고,

해뜨기 직전과 해 지고 난 직후의 빛으로

전투기 액션조차 서정적인 장면으로 보였다.


오프닝의 종소리는 심장을 두드리며,

곧 펼쳐질 웅장한 이야기를 예고했다.

그리고 원리퍼블릭의 I Ain’t Worried가 흐르던 비치볼 장면은

다시 보고 싶을 만큼 가슴이 벅찼다.


바다 위 노을빛과 함께 공중에 튀어 오르던 비치볼은

청춘의 한 장면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음악이

“걱정하지 말라, 다 괜찮아질 거다”라고 힘을 주는 듯했다.


원리퍼블릭 밴드의 노래는

지금 어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힘을 준다.


나는 노래 가사와 시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사는 멜로디를 타고 흐르고,

시는 종이 위에 머문다.

노래 가사를 읽고 들을 때면

마치 시집을 펼친 듯한 기분이 든다.

멜로디가 사라져도 남는 문장들은
결국 시와 다르지 않으니까.




I Ain’t Worried – OneRepublic (Inspire Arena, In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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