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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Apr 02. 2021

02_캐나다에 우리 집이 생겼다!

그리운 우리 집 1705호

캐나다의 아파트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apartment라 불리는 아파트와 condo라 불리는 아파트. 전자는 개인이 소유하지 않는 임대용 아파트를 말하고, 콘도는 우리나라 아파트처럼 개인이 주인인 아파트를 말한다고 한다. 우리가 2년간 살았던 아파트는 콘도였고, 이태리 이민자 부부가 주인이었다. (아~ 이 집주인에 대해서도 할 말 많다.. )


가기 전에 집을 미리 구할 것인가, 도착해서 홈스테이에서 며칠 살면서 직접 보고 구할 것인가 고민을 살짝 했었다. 하지만 나의 귀차니즘 발동. 정착 서비스를 받기로 하고 미리 아파트를 구해달라고 했다. 조기유학 간다고 하니 우리가 부자라고 착각하시고 럭셔리 아파트 사진을 보여주신다. 노노! 더 저렴한 걸로 부탁드려요. 


캐나다 달러로 월세 7-800달러 정도(그때 높은 환율로는 월 8-90만 원이 넘었다)의 낡고 오래된 저층 아파트부터 1,400달러 이상의 신축 고급 고층 콘도까지 보여주시는데, 마음은 700달러였으나 유학원에서 말린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나. (막상 나중에 그 아파트에 딸아이의 Canadian best friend가 살아서 가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후회했다) 결국 오래된 고층 콘도지만 막 리노베이션을 끝낸 20평 정도의 월세 1,050달러짜리 one-bedroom 콘도로 결정. 타이밍이 좋아서 도착한 첫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처음 집에 들어선 순간 복도와 주방 두 군데에서 거실이 통하는 캐나다식 집 구조에 재미있어하며 딸아이와 술래잡기 아닌 술래잡기를 하며 깔깔 웃기도..



캐나다 우리 아파트 평면도. 방은 하나지만 벽장이 많아 참 편리했다. 여기는 안 보이지만 화장실 안에도 벽장이 있다.



우리 집은 17층이었고, 발코니에서 월마트 주차장이 보이고 온갖 마트와 백화점 등으로 이루어진 쇼핑단지가 있는 곳이었다. 전철역도 지척이었고. 멀리는 만년설이 뒤덮인 미국의 베이커 산(Mt. Baker)이 늘 보이는 꽤 멋진 곳이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길만 건너면 공공도서관과 주민센터가 있어 더욱더 편리했고, 그 뒤로는 공원과 숲이 펼쳐져 한마디로 살기 너무나 편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하에는 주차장을 비롯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다. 차는 세대당 한 대씩 지정된 주차 공간이 있었고, 세대별 창고도 있었는데 캐나다 아파트는 벽장이나 창고 이런 수납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점이 참 좋다. 3평 정도 될까 꽤 괜찮은 창고였지만 가끔 창고를 들어갈 때마다 오싹했던 기분이 생각난다. 마치 감옥처럼 각 세대별 창고가 나무 칸막이와 문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자 자물쇠로 걸어두고 짐을 보관한다. 주로 캠핑용품, 스키나 보드 등 덩치가 큰 물건들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드나들었던 공용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 세탁실이 있고, 운동기구가 있는 gym, 실내수영장과 작은 사우나도 있었다. 이 수영장과 사우나는 추억이 많다. 아이가 친구들과 참 잘 놀았고 엄마들은 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며 수다 떨곤 했던..


아파트 지하 수영장. 사우나도 딸린 제법 괜찮은 곳이었다


수영장에 사우나에 gym까지 있다고 하니 럭셔리 아파트가 아닌가 싶겠지만, 전혀 No No! 82년도에 지어진  낡은 콘도였다. 20층+펜트하우스라고 표시된 층이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4층과 13층은 없었다는.. 


한 층에는 6세대, one bedroom 또는 two bedroom 두 가지 타입만 있었으며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 세대가 있었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닥치고 남향’ 같은 선호가 없다고.. 우리 집은 정동향이었는데, 아침마다 정면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기쁨이 꽤 컸다. 워낙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지 유난히 하늘에 펼쳐지는 광경이 신비롭고 예뻤다. 나중에 보니 일출 무렵 포함 하늘 사진 엄청 찍었던..



첫날 인사한 우리 아파트 매니저(관리인)는 아파트에 같이 살면서 청소도 하고 관리 업무를 맡아하는 중년 여성이었는데, 이분도 또 할 말 많다. ㅎㅎㅎ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언제 봐도 웃지 않는 차디찬 표정과 강한 폴란드 악센트.. 그분 발음 알아듣기가 어찌나 힘들었던지.. 왜 빌딩(building) 발음이 안 되는 것일까.. 항상 ‘불딩’ ‘불딩’..고등학생 딸이 있었는데 내가 못 알아들으면(물론 내 영어가 딸려서이기도 하겠지만) 가끔 옆에서 대신 말해주기도.. 하지만 항상 성실하고 부지런하다는 인상이어서 매니저로서는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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