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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Apr 11. 2021

04_왜 캐나다?

뜻밖의 반전

처음부터 캐나다는 아니었다. 유학을 결정했던 초기엔 캐나다를 떠올린 적도 없다. 어느 나라로 갈까 고민할 때 주위 사람들은 캐나다 얘기를 하곤 했다.


“캐나다 어때?”

“싫어”

“왜?”

“춥잖아” (나 추운 거 무지 싫어한다.)

“밴쿠버는 안 추워”

“대신 거긴 비가 많이 온다매, 나 비 싫어”


비오는 회색빛  밴쿠버 - 왼쪽은 밴쿠버 시 다운타운, 오른쪽은 아마도 포트무디?


이랬던 내가 캐나다 밴쿠버로 갔다. 캐나다로 결정되기 전에 세 나라가 거쳐갔다.

처음엔 멀리 갈 엄두가 안 났었다. 그래서 싱가포르나 홍콩을 생각했었다. 아시아권에서 그래도 가장 국제적이고 교육을 잘하기로 소문난 나라들. 적극 추진하다 라스트 미닛에 마음이 바뀌었다. 싱가포르는 국제학교는 학비가 너무 비싸 로컬 스쿨로 가야 하는데 어려서부터 교육이 좀 빡세다는 말이 들렸다. 홍콩은 조기유학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국제학교를 가더라도 부모가 동반비자가 나오지 않아 내가 3개월에 한 번씩 마카오든 본토든 들락거려야 한다는 것이 좀 걸렸다.


그다음은 호주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싱가포르, 홍콩(한때 난 홍콩 덕후였다), 호주 등 내가 직접 여행가보고 좋았던 나라를 골랐네.. 호주에서는 내가 여행 갔었던 도시는 아닌 애들레이드를 생각했었다.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딸내미 손을 잡고 코엑스에서 열린 유학박람회를 가게 되었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유학원 부스에서 캐나다 얘기를 듣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결정하고 그 자리에서 도시까지 결정하고 학교까지 거의 결정했다는.. ㅎㅎㅎ


호주에  비해 혹했던 것은 난방이었다. 겨울에 호주 가서 전기 매트에 엄청 의존하고 추웠던 기억이 있는데 캐나다는 난방이 된단다. 비용도 오히려 전에 알아보았던 나라에 비해 저렴한 부분도 있었다.


‘어 괜찮은데, 생각보다 좋은데’ 이런 생각.


다른 지역은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그나마 덜 추운 밴쿠버로 결정. 캐나다에서도 한국에 가장 가까운 도시라는 점도 작용 ㅎㅎ (심적으로나마)

광역 밴쿠버(또는 메트로 밴쿠버, 영어로는 Greater Vancouver, Metro Vancouver)라서 밴쿠버 시 주위로 작은 도시들이 꽤 많았다. 밴쿠버는 서울에 비교도 안되게 작고, 좀 과장하면 오히려 광역 밴쿠버를 다 합쳐야 서울 느낌일까.. 밴쿠버 시는 아무래도 비싸니까 열외.


한국인이 많이 살아서 편리하다는 코퀴틀람, 한국인이나 다른 이민자가 적고 캐내디언이 대부분이라 영어 배우기에 더 좋을 거라고 추천하던 아보츠포드 등. 지도를 보며 여러 도시를 놓고 고민하다가 딸아이에게 지도에서 아무 데나 하나 찍으라고 했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짚은 곳은 밴쿠버 시 오른쪽에 딱 붙은 ‘버나비(Burnaby)’.


그래 결정했어.

“버나비로 갈게요.”


광역 밴쿠버 지도 - www.sfu.ca에서 가져옴


그다음은 학교와 살 동네를 결정해야 한다. 이건 고민 좀 했다. 유학원에서 추천해준 두어 학교 중에서 고민을 했는데, 한 군데는 학교 규모는 작아도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이 잘 되어 있다고 했다. 동네는 밴쿠버와 딱 붙은 버나비 남쪽이었는데 한가로운 주택 단지였다.

다른 학교는 버나비 동쪽 끝, 즉 코퀴틀람과 경계지역이고 한인타운이 코앞인 동네였다. 뒤로 산이 있고 타운센터여서 쇼핑단지와 한인 상가가 즐비한 살기 편한 동네였다.


고민을 하다가 우선 딸내미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이니 한국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 가야 처음에 적응도 좀 하고 같이 놀 친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 준 것은..


"캐나다도 점심 급식이 있나요?”

“대부분은 없는데 있는 학교도 있어요”

“한인타운 근처의 학교는 급식이 있나요?”

“네, 거긴 급식돼요.”

“그럼 그 학교로 할게요.”


딸아이가 2년간 다닌 초등학교


도시를 정할 때처럼 아주 단순한 기준으로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숲에 둘러 싸인 초등학교로 결정. 그때는 운전이 겁이 나서 차를 구입하지 않으려고 했었기에 최대한 지내기 편한 곳(한인마트 가깝고, 전철역 가까운)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이게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ㅎㅎㅎ (도착해서 바로 차부터 사고, 운전 연수까지 받았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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