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뜻밖의 기회는 없다. 그것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준비해왔으니까.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다짐하며 세상으로부터 팽당하고 나가떨어졌을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심지어 한우물만 파는 나를 비웃어도 나는 내 일이 좋았다. 그 일을 하면 행복했고 가슴속에 나비가 날아다닌 것처럼 나풀거렸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이었다.
첫사랑처럼 다가와 날 설레게 하고 들뜨게 했던 일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처음과 같은 설렘과 기쁨이 썰물처럼 서서히 빠지는 듯했다. 지구의 중력과 달의 중력의 기싸움 속에서 밀물과 썰물이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나의 마음에도 일에 대한 밀물과 썰물이 균형을 이룬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세상 풍파와 맞서면서 지치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서 수 백번이다. 그러다가 또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희열과 즐거움에 몸서리친다.
무너질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게 만든 것은 어쩌면 일에 대한 비전이나 내일에 대한 약속보다 과정 속에서 얻는 소소한 행복이었다.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멋지게 찍고 그 음식을 가슴까지 찰 만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문구점에 들러서 좋아하는 문구류를 색깔별로 사서 필통을 빵빵하게 채우는 것도 좋아하고, 그 문구로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필사하는 것도 좋아한다.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살까 말까 고민했던 것을 구입하고 도착했다는 택배 메시지를 기다리는 것도 좋아한다. 남편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도 좋고 아이들과 수다를 떨다 잠이 드는 시간도 좋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합한 것만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한다.
포기하고 싶었고 하고 싶은 내 마음을 모른 척하고 싶었고 능력이 없는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그 무너짐 속의 나약한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좋아하는 마음이다. 엎어졌을 때 세상이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것 같아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다가도 어느새 일어나 그 과정의 즐거움에 감사한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일이다. 그런 수많은 시간을 이겨내고 버텨내서 얻은 기회다. 세상의 뜻밖의 기회는 없다. 그것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준비해왔으니까. 그 기회 앞에 당당하게 마주 서서 지금까지처럼 즐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