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뺄 수 있어야, 힘을 낼 수 있다.

by 이작가


나는 KIA 팬이다. 야구를 늦게 알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에 대해 언제나 진심인 편이다. 매일 야구를 실시간으로 볼 수는 없지만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통해 보는 우리 팀의 승리는 삶의 활력이 된다. 우리 딸아이가 최근에 두산 베어스로 팀을 옮겼다. 두산 선수들이 더 멋져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집에 남색의 유니폼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어제는 두산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다 지금은 두산의 선수가 아닌 양의지 선수에 대한 2015년 기사를 보게 되었다. 왜 양의지 선수를 최고의 포수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은 기사였다.




8회 초 2사 만루 위기 상황이었고, 포수는 양의지 선수고 투수는 이현승 선수였다. 이때 양의지 선수가 타임 요정을 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그리고 얼마 후 이현승 선수는 웃으며 양의지 선수를 때리려는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 양의지 선수는 웃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운드를 내려온다. 해설자들도 두 선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웃는지 궁금해한다. 이현승 선수는 위기상황을 잘 모면했고 경기는 승리로 끝났고 이현승은 승리 투수가 된다.


게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이현승 선수에게 양의지 선수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물었다. 그때 이현승 선수는 언더셔츠를 2개 입고 있었다. 양의지 선수는 그것을 보고 “형, 이거 두 개 입었어? 늙었네, 늙었어.”라며 이현승 선수의 긴장을 풀어줬다. 그래서 이현승 선수가 양의지 선수의 마스크를 때리며 웃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이때, 양의지 선수는 이현승 선수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을까? “형, 괜찮아. 그냥 하던 대로 해. 힘빼!!”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만약 그때 마운드에 올라와서 “ 형, 지금 정말 중요한 때인 거 알지? 잘할 수 있지? 형의 공에 우리의 승리가 달려 있어. 힘내!!”라고 말했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 것이고 더 긴장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 기사를 보고 1000t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들이 얼마 전 처음으로 학교에서 보는 중간고사를 봤다. 처음 시험을 보는 아이는 많이 긴장했다. 공부를 많이 안 해서 긴장했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잘 보고 싶은 마음에 긴장을 했을 수도 있고 처음 보는 시험에 진짜 긴장이 됐을 수도 있다. 첫날 시험을 보고 잔뜩 기죽은 표정으로 왔다.


- 엄마, 나 너무 긴장했나 봐. 시험지를 받았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어. 공부했던 것도 하나도 생각이 안나더라고. 어떻게 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네가 공부를 제대로 안 했으니까 그렇지. 완벽하게 공부했다면 긴장했다가도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지.

공부는 안 했고 시험은 잘 봐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는 싶은 마음은 가득한 녀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버렸다. 그때 내가 양의지 선수처럼 가벼운 농담으로 긴장한 아이의 어깨든 힘을 빼주었다면 어땠을까? 아이는 조금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남은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들, 스파게티 먹으러 갈까? 요즘 우리 파스타 안 먹은 지 오래됐다. 엄마는 오늘 제로 콜라 말고 진짜 콜라 마셔야지. 나가자!!”라고 말해줬다면 아이는 긴장한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숨 고르기를 하고 힘을 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했다.


인생은 단거리도 아니고 마라톤도 아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살고 최선을 다해서 늘어져 쉬고, 최선을 다해서 게임도 하고 최선을 다해서 공부도 하는 것이다. 그 최선 때문에 인생이 흥미 없어지면 안 된다. 삶은 언제나 즐거워야 하고 그리고 그 즐거운 삶이 선물처럼 느껴져야 한다. 또한 그 삶에 대해 감사함을 잊어서도 안 된다.



아들,
피아노를 좋아하는 너는 알 수 있을 거야.
강하게만 친다고 좋은 연주가 되는 것아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때론 약하게 그리고 강하고 약하게 피아노를 칠 때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될 수 있지.

삶도 마찬가지야.
힘을 뺄 수 있어야 힘을 줘야 할 때 힘을 제대로 줄 수 있어.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더 오래 더 즐겁게 그 일을 할 수 있어.

서두르지 마. 힘을 빼고 여유를 가져 봐.
그리고 삶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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