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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04. 2022

칠드런뿅뿅 플리즈


우리 모두가 지난 2년 여간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습니다. 팬데믹 때문이죠. 나는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솟았습니다. 가지 않는 것과 갈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 감염병이 없던 시대에도 여행을 갈 수 없었던 태용씨의 이야기를 좀 들여다볼까 봐요.


83년, 태용씨는 친구들과 함께할 첫 해외여행 준비에 마음이 부풉니다. 당시에는 국외여행 허가가 까다로운 편이었습니다. 때문에 자유총연맹에서 주관하는 반공교육도 이틀이나 들어야 했죠. 만반의 준비는 마쳤으나 아뿔싸, 비자발급을 거부당하고 맙니다. 태용씨의 친구 영학씨는 건축사에 합격한 상태여서 비자가 발급되었지만, 태용씨는 기사였기 때문에 거부당한 것입니다. 건축사만 건축탐방 등의 목적이 인정되어 국외여행이 허가되었던 것이죠. 그렇게 태용씨의 첫 해외여행은 아쉽게도 불발됩니다.


89년, 국외여행 조건이 완화되고, 태용씨는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됩니다. 일본 가족여행이었고 기억나진 않지만 나도 함께였지요. 사진을 뒤적여 보니 어린 재기씨와 더 어린 제가 일본 곳곳을 누빈 듯합니다. 유카타를 입고 호텔 조식을 먹기도 하고, 놀이공원 같은 곳엘 가기도 했지요. 젊은 날의 경애씨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어요.


지금은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인들은 영어를 참 불편해합니다. 친절하지만 영어로는 절대 응대하지 않더군요. 좀 더 큰 이후에 일본 여행을 갔을 때였을 거예요. 디즈니랜드에서 기념품을 고르며 Where is Mickey Mouse? How much is it?이라고 묻는 우리 남매에게 끝까지 일본어로 응대하더군요. 화가 난 오빠 재기 씨는 "안녕히 계세요."라고 한국말로 대답하고 기념품 가게를 나와버렸지요.


어쨌든 그때보다 더 옛날이었으니 영어가 통할리 만무했겠지요. 태용씨는 아이들에게 게임기를 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점원과 도저히 소통할 방법이 없었지요. 태용씨의 영어는 짧았고, 점원의 영어는 더 짧았기 때문에요. 태용씨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게임기 두드리는 흉내를 내며) 칠드런뿅뿅 플리즈!!"


다행히 태용씨는 무사히 게임기를 구매하고 귀국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게임기 구매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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