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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Nov 22. 2023

5화. 결혼 누가 하냐고 요즘! 너 빼고 다.

혼인율 낮아지고 있다고 누가 그랬어 팍씨.

며칠 전 일과를 마치고 습관처럼 유튜브에 들어갔다 비혼에 관련된 한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 페이크 드라마 형식으로 연출된 이 콘텐츠에서는 비혼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의 삶을 보여준다. 흔히 사람들이 '나 비혼주의자야'라고 했을 때 그 단순한 말이 불러올 개인적, 사회적 파장이 무엇인지 명징하게 보여주겠다는 듯 '골드 미스'에 가려진 미혼자들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데 집중한 것 같았다. 나 역시 비혼주의를 주창하는 사람으로서 꽤 인상 깊게 감상했고, 오랜 시간 쌓아온 내 가치관이 이렇게 얄팍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정말 내가 비혼을 원하는 게 맞는 걸까.


아무리 요즘 세대가 결혼을 안 하고 출산을 안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수도권에 있는 결혼식장은 붕어빵 찍어내듯 시간대 별로 결혼식을 치르고, 쇼핑몰만 가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로 빽빽하다. 어쩌면 표집 장소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언니를 보면 애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장소가 쇼핑몰로 한정되어 있고, 싱글인 나는 쇼핑몰보다는 팝업 등을 더 많이 가니) 그런 광경을 둘러보면 '아니, 대체 누가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다는 거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건 바로 당신이 아닐까요?) 주변을 둘러봐도 부모님 지인의 자녀들도 다 결혼을 한대고, 결국 그 불똥은 나에게로 퐁퐁 튀어온다. "너도 아는 00이도 이번에 결혼을 한다는데~"로 시작되는 잔소리는 80년대뿐만 아니라 2023년 현재도 나에게 일어나는 단골 핫이슈인 것이다.


그때마다 나와 엄마는 팽팽하게 양립하는데(아빠는 티는 안 내지만 '안 한다고 말해도 언젠가는 할 거라' 굳게 믿고 있다. 대체 왜지?) 각자의 입장은 이렇다. 일단 나의 의견은 1)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 결혼은 그걸 불가능하게 한다 2) 결혼할 만큼 생각이 드는 사람이 없다 3) 결혼을 주입받은 건 엄마아빠 시대의 일이고, 우리 세대부터는 변화하는 흐름에 맞게 정부의 정책이나 연금 구조를 바꿀 생각을 해야 한다. 결혼을 안 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전통적인 구조만 고집하는 게 문제의 시발점이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엄마의 반론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건 이기적인 발상이다 2) 그만큼 사람을 만나보고 그런 얘길 해라(아얏 뼈 맞음) 3) 엄마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 시대의 흐름을 바로 반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라는 입장. 이중 첫 번째 반론에 대해 나는 핏대를 높이며 논박하는 편인데, 아니 대체 개인주의적인 게 뭐가 이기적인 거냔 말이다. 내 사상이나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고 내 뜻대로 하겠다면 그건 이기적인 거라 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강요하지 않고 '혼자 있는 게 더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게! 그게 이기적인 건가요? 흥.


이렇게 핏대를 세우고 얘기를 해도 방에 돌아와 의자에 앉으면 생각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다. 오늘도 골똘히 생각했다. 나는 정말 결혼을 안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지레 겁먹고 결혼을 '신 포도' 취급하는 걸까. 그리고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하면서도 막연하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수년간 대한민국에 살면서 은연중에 주입된 사회적 통념의 결과일까, 아니면 본능적 혹은 예언적 불안일까. 모두가 다 선택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텐데 나만 혼자 저쪽 길로 가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아직 살아보지 않아서 삶의 일면만 보고 겨우 더듬어 갈 수 있을 뿐인데 결혼 적령기는 무색하게 다가와서 나에게 빨리 결정을 내리라 멱살을 잡고 짤짤거린다. 정말 내가, 나중에 혼자가 되더라도 멀쩡하게(?) 살 수 있을까.


어쨌든 혼자 생각을 해도, 지금 어떻다 결론을 내려도 그 결정은 점심 메뉴만큼이나 휙휙 바뀔 수 있는 게 인생인지라. 그리고 결혼을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손잡고 들어갈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일단은 유보하기로 했다. 살아보고, 그러다 만나는 사람 생기고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그때 하는 거지 뭐. 이수영 회장님처럼 언제라도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랑 함께하라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어쩌면 그런 로맨틱한 사고가 결혼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저는 사랑이, 결혼이 달달하다고 믿을래요.


*일상의 한 장면

엄마: (친한 지인의 자식이 결혼 이후로도 속 썩인다고 얘기 중)

나: 그렇게 결혼해도 철 안 들 거면 그냥 결혼 안 하는 게 낫지 않아?

엄마: 또, 또 기회 잡았다. 어휴.

나: (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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