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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pr 19. 2022

워킹머신 대신 혼산

혼자 하는 등산






산은 일단 오르면 운동을 절로 2배


내가 큰마음먹고 구입한 워킹머신을 당근님에게 팔아버리고 혼자 하는 등산을 시작한 지 어느 듯 일 년이 되었다.


워킹머신은 내가 운동을 그만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내려올 수 있고 내려오는 순간 운동은 끝이 난다. 하지만 산은 일단 오르면 내려올 때도 오른 만큼 걸어야 한다. 오르면 일단 2배의 운동이 된다.



집에서 하는 홈트가 슬슬 질리기도 했고 자연이 그리워 산으로 갔지만,


산! 정말 매력적인 녀석이다.


약천사





나는 산이 좋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 여 움푹하게 파인 곳에 마을이 위치해 있다. 그래서 산은 내게 익숙함을 주고 나는 그것이 편안하다.


나고 자란 곳을 떠나 도시생활을 하면서도 친구와 또는 회사 사람들과 종종 산에 올랐다. 그때는 산 밑에 위치한 맛난 음식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집에만 갇혀? 있다가 100일이 지나자마자 제일 먼저 간 곳도 동네 뒷산이었다.


첫째 아이 3살까지 성당 언니들과 주기 장창 오른 애 봉산!(서오릉과 연결된 산) 그곳에서 아이들은 흙 먹고 오이 먹고 했는데.. 산은 항상 내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한다.


아녜스 어릴적 성당친구와 함께





나는 산이 참 좋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대답할 테지만 굳이 이유를 말하라 하면 산은 내 삶에서 유일하게 안전감과 100%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면 언제나 기부니가 참 좋다.


정상에 올라 딱딱한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싶어 기부니가 참 좋다.


매번 똑같은 길을 오르지만 산은 언제나 새롭다. 산을 오르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조차도 언제나 새롭다.


산은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산길을 오르며 격하게 쏟아내는 분노도 울컥 치밀어 오는 서러움도 시기도 열등감도 모두 받아준다.


그리고 나는 산을 오르면서 나와 만난다. 그리고 나와 엎치락 덮치락 하며 경쟁하듯 오른다.





산에 오르면 나는 슬며시 웃음이 차오른다.


굽이굽이 오르는 산길에 어릴 적 내가 까르르 웃으며 비료포대를 깔고 앉았다.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외친다. 


‘하나! 둘! 셋! 내려간다! 까아~~~~ 악!’ 


온 산을 뒤 흔드는 비명소리와 뒤 따라오는 웃음소리가 아련하게 메아리친다.





산에 오르면 나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대나무 숲으로 뛰어 들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대나무 몇 개를 주워와 대나무 스키를 만든다.


따뜻한 남쪽! 우리 동네 아이들은 잔디밭에 모여 대나무 스키를 탄다.






야~~ 정월대보름이다.


크든 작든 온 동네 아이들이 다 모여 해 질 녘에 산을 오른다. 꼬맹이들 지치지도 않고 꾸역꾸역 오르더니 끝내는 정상에 섰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내 소원 들어줘라'


사진출처:똑똑한 사회씨 그림책





작년(2021년) 4월부터 시작한 등산,

벌써 일 년!



저 밑 경상도 한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나, 이제는 도시 생활이 시골에서 나고 자란 시간보다 더 많아졌지만 나는 아직도 시골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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