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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ug 12. 2022

강박 그리고 꾸역꾸역

강박의 역발상


   



약간의 강박

내겐 약간? 의 강박이 있다. 수건을 개빌 때도 나만의 규칙이 있고 그대로 해야 마음이 편안하다.


어디 그뿐인가? 집안 물건들은 내가 정한 장소에 있어야 하고, 급하게 출근하다가도 삐뚤어진 의자가 보이면 뛰어가 바로 해두고 뛰쳐나가야 마음이 편안하다.


강박 그리고 아이들 놀잇감

나의 이런 강박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참 치명적이었다. 널브러진!!! 장난감을 보는 것은 나에겐 정말 고통이었다.


널브러짐을 받아들이기까지 나도 아이들도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지금도 아이들의 성향을 좀 이해? 하는 수준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경고장을 날리긴 한다.



강박의 역발상

처음은 ‘이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어’ 아니면 ‘매일 글을 써야겠어’ 아니면 ‘매주 금요일은 아이들과 데이트를 해야지’등 여러 이유와 목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시간을 지나면서 다이어리 하루 계획표 한 줄을 긁어 없애기 위해서 하는 강박으로 변하고 만다.


그리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날은 예민해지고, 오늘 할 일을 다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무리하게 계획을 이행하다가 몸과 마음에 탈이 나기도 했다.


이런 나를 보고 지인들은 ‘넌 뭐든 참 꾸준히 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럼 나는 ‘내가 강박이 있잖아..’하고 웃어넘겼다.



선물 같은 녀석, 강박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강박, 이 녀석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강박은 내 인생에 하나의 선물이 되었다.


이 선물 같은 녀석 강박,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무슨 일이든 시작하니 이젠 강박은 나에게 꾸역꾸역, 끈기로 다가와 나의 강점이 되었다.


가끔 강박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내가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지? 내가 이걸 시작한 의미가 무엇이었지? 하고 되새겨본다.




심각한 강박은 아니었지만, 과거에는 강박에 내 삶을 내주었다면 지금은 강박을 내 삶에 초대해 살고 있다.

강박과 나는 그렇게 꾸역꾸역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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