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마워숲 Jun 28. 2021

소이라떼 따뜻한 거 톨사이즈 주세요.

동물성 식품을 줄이다 #1



 어렸을 적 우리 집 냉장고에는 늘 우유가 있었다. 우리 삼 남매는 경쟁이라도 하듯 모두 먹성이 좋았는데 셋 다 우유를 잘 마셨다. 다른 집 엄마들은 우리 집만 오면 아이들이 어쩜 우유를 다 잘 먹느냐며 우리 집 애들은 우유를 안 먹는다며 걱정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우리 삼 남매 중에서도 특히 내가 우유를 제일 좋아했다. 언니나 남동생은 탄산음료도 좋아했지만 나는 탄산음료를 안 좋아했기에 집에서 우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사람은 나였다. 나는 식사 중에도 물 대신 우유를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아이였고, 제일 좋아하는 간식 조합은 바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우유식빵과 흰 우유 한잔이었다.




 어릴 때 한 모금 뺏어 마시던 엄마의 맥심 커피 말고 내가 스스로 돈을 내고 처음 커피를 사 먹은 그때를 아직 기억한다. 대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랭귀지 스쿨로 갔던 미국 샌디에이고의 캠퍼스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였다. 그전까지 나에게 기호식품은 홍차였다. 기숙사에서 가끔 입이 심심하면 '레이디 그레이'라는 이름까지 사랑스러운 홍차 티백을 우려 마시곤 했다.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꽃향이 나는 홍차였다. 커피에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고 (그 거부감의 원인은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엄마를 보면서 생긴 것 같다) 일부러 커피를 마시지 않았었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친구들과 스타벅스 매장에 가면 나는 항상  17달러를 내고 벤티 사이즈 티를 주문해서 마셨지 커피를 주문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늘 카페라테를 주문하는 친구를 따라 나도 카페라테를 주문하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고소하고 시럽을 넣지 않았는데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피라니!'


처음 알게 된 라테의 맛은 너무나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우유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기호식품은 없었다.




 직장인이던 때는 출근하면 로비에 있는 카페에 먼저 들렀다. 카페 바리스타는 내가 말을 먼저 하지 않아도 "라테 드릴까요?"라고 할 정도로 나는 카페라테만 마셨다. 겨울에는 가끔씩 시나몬 향이 나는 카푸치노를 마시기도 했지만  캐러멜 마끼아또니, 바닐라라테니, 카페모카니 등등 그 어떤 달콤한 커피도 나의 라테 사랑을 빼았지는 못했다.



그렇게나 좋아하고 예찬하던 카페라테를 이제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 맛이 조금 아쉽긴 해도 소이 라테나 귀리 라테를 마신다  그마저도 메뉴에 없는 카페에서는 드립 커피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식당에서 사 먹고 맛있었던 음식은 집에 와서 거의 99% 가깝게 재현을 할 정도로 예민한 혀를 가졌기에 맛이 주는 행복감이 컸던 나였지만 나의 미각의 만족이 먼저냐, 환경에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쪽이 먼저냐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나는 조금 덜 만족하더라도 지구에 덜 해가 되는 방향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 선택이 아주 티끌 같은 무해 일지라 하더라도 말이다  





 방목하며, 동물복지가 잘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유기농 목초만 먹고 자란 소에게서 취한 우유일지라도, 새끼를 먹이지 못하고 계속 유축을 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 어미소에게 스트레스 환경일 것이다. 그렇게 스트레스 요소에 노출된 어미소의 젖은 과연 우리 몸에 괜찮은 걸까? 그리고 반추동물인 소가 먹고 트림하고, 뀌고, 싸며 만들어내는 유해가스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학자에 따라 주장하는 수치는 조금 차이가 았지만 20%라고 보는 견해도 있고 50%를 차지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며칠 전 어느 식당에서 우연히 보게 된 우유 광고의 마지막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우유뿐입니다."

요즘 비건 인구가 많이 늘고, 소이 밀크, 오트 밀크, 캐슈너트 밀크, 아몬드 밀크 등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군들이 많이 늘어나서 아무래도 불안했던 모양이다.

 우유가 오히려 체내의 칼슘을 배출시킴으로써 골다공증을 유발하고 사망 위험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뻔히 나와 있는데 아직도 골다공증의 우려가 있으니 우유를 많이 마시라고 처방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도 참 씁쓸하다. 의사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은 지금도 당신의 뼈 건강을 위해 우유를, 치즈를 열심히 드시고 있다.

'천기*설'이나 '엄지의 **' 같은 프로그램에서 우유가 뼛속 칼슘을 배출시킨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좀 다뤄줬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엄마도 우유나 요거트 치즈를 더 이상 안 드실 텐데 말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자신의 가치 기준에 맞춰 선택을 한다. 당장의 만족감을 위한 선택도 어떤 가치에 따라서는 좋은 선택일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연속적이 선택이  10년 뒤 20년 뒤 가져올 결과를 생각해볼 필요와 책임도 있지 않을까? 그동안 지구가 50여 년 정도에 걸쳐 겪어 온 오염과 고갈의 정도가 이제는 5년밖에 안 걸릴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오염되고 자원이 고갈되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지구가 병들어요” 에는 콧방귀도 안 뀌는데, “그렇게 하면 당신이 병들어요” 에는 아주 난리 호들갑이다. 그런데 지구가 병들면 지구의 일부인 인간이 과연 괜찮을 수 있을까?


미재심정 이라는데 오늘도 글에 화가 담기고 말았다  나도 아름답고 좋은 시선으로만 보고 싶은데 왜 자꾸 잔소리만 하는 것 같은지 이러다 내 글은 아무도 안 보고 싶어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지만

결국 나는 또 이런 얘기를 하고 있겠지  








이전 07화 당신에게 달린 멸균팩의 두 번째 쓰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