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열면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할 줄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미움받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듣고 싶지 않은 걸 듣고 앉아 있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주절거리고
못하는 게 당연하고
미움도 받아보니
세상 재미없어 보이던 그 세상이 내 세상이었다.
이제 그러고 보니 서른이었다.
지루한 일상을 두 손에 쥐고서는 소년일 수가 없었다.
내 매일은 무빙워크에 내맡긴 채였다.
휴일이 진짜 쉬는 날이 되어버린 나는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그래, 이제 서른이면
어른이기로 했다.
꿈 많던 시절에는 이해가 안 되던 그 재미없는 어른이 되기로 했다.
현실을 받아들인 순간, 나는 이미 어른이었다. 노곤한 숨을 불어 마신 뜨거운 커피 맛을, 스치는 그때의 겨울 향을, 허리가 무겁지 않은 신비한 날을, 버스 기사 아저씨가 보내는 쾌활한 인사의 고마움을, 그리고 어쩌다 맞이해버린 뜻밖의 뿌듯한 하루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어엿한 한 사람의 어른이었다.
지금부터 나는 어른이기를 인정한 나의 일상을 기록할 셈이다. 보통 사람이기를 인정한 나를 마주할 셈이다. 매일매일을 내 두 손에 쥘 작정이다. 그러다 힘이 빠져버리면 주저 않고 그대로 주저앉아 쉴 것이다. 그래도 된다. 어차피 내일이면 출근 때문에 일어나게 돼 있다. 다만 출근과 출근 사이에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자 하는 기적적인 에너지가 발생된다면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드시 노트북 앞에 앉을 것이다.
내 손에 다음 출근을 위한 쉼만 쥐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꿈 많던 그 시절의 나와 엿 바꾼 지금의 초라한 나에게 출근만 주는 그런 불쌍한 짓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출근을 하고 있지만, 출근만 당연한 사람이 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는 그런 거창한 일은 바라지도 않고 다만 나에게 나를 알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쩌다 어떤 날, 지금의 나는 잘 모르는, 그러니까 마흔이나 쉰 같은 게 된 그런 날, 지금은 짐작도 안되는 은퇴나 노후 같은 게 온 그런 날, 갑자기 나를 어려워 않게. 불편해지지 않게.
연습하자. 어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