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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드 Oct 10. 2022

쉽게 읽는 돈키호테 1-40

포로의 이야기가 계속되다

포로는 페르난도의 요청으로 그의 형의 시를 2편 읊어주었는데, 그것은 페르난도를 감동시켰다

시는 생략하고 다시 포로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 포로 : 라 콜레타 요새를 함락시킨 후 제 주인 우찰리는 개선장군이 되어 콘스탄티노플로 돌아갔는데, 몇 달 뒤에 우찰리가 죽었습니다. 우찰리의 별명은 <백선에 걸린 변절자>예요. 터키에는 4가지 성의 가문만 있는데 무하마드, 무스타파, 무라트, 알리뿐입니다. 나머지 성을 가진 사람들은 신체나 정신적으로 어떤 특징이 눈의 띄면 이것을 가지고 이름과 성을 지었어요. 백선은 피부가 하얗게 되는 병으로 백선이 머리에 생겨서 터번을 썼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우찰리는 14년 동안 터키 대공 배의 노 젓는 노예였는데, 34살 넘어 개종을 했습니다. 그때 어떤 터키인이 뺨을 때렸는데 그게 화가 나서 자기 신앙을 버렸어요. 감히 종교를 버린다는 건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대담하다는 소문이 났고 알제 지역의 왕까지 되었습니다. 그 후 그 나라의 해군 사령관이 되고 포로가 3천 명일 정도로 부자였어요. 포로를 인간적으로 대해줄 정도로 인품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우찰리가 죽은 후 유언대로 터키 대공과 개종자들에게 재산이 분배되었는데 저는 베네치아 출신의 개종자이며 그에게 신뢰를 받던 시동 중 하나인 아산 아가에게 가게 되었습니다. 

(아산 아가는 실제 인물로 1577~1580년까지 알제의 왕이었고 세르반테스가 포로 생활할 때 3번이나 살려줌)


저는 콘스탄티노플에 있다가 에스파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아산 아가에게 가게 되서 기뻤는데 그동안 탈출 시도가 여러 번 실패했지만 여기서는 자유를 찾을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저는 터키인들이 <목욕탕>이라고 부르는 집(감옥)에서 지냈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포로들이 있었는데 몸값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시에서 하는 공공사업장에 투입되거나 장작을 패는 등 고된 일을 해야 했고, 몸값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포로들은 쇠사슬을 차긴 하지만 비교적 편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여서 안전하게 지냈지만 다른 포로들의 학대를 보고만 있어야 해서 고통스러웠습니다. 


감옥 앞에는 뜰이 있고 뜰 위로 라 바타의 성주 아히 모라토라는 엄청난 부자 무어인의 집이 보였어요. 어느 날 제가 동료들과 함께 발코니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부자 무어인의 집 작은 창문으로 손수건이 묶인 작대기가 나와 우리를 향해 흔드는 거예요. 궁금해서 동료들과 함께 가보았는데, 다른 동료들이 그 작대기 밑으로 가면 싫다는 듯 좌우로 흔들렸고, 마지막으로 내가 다가갔을 때는 저에게 주고 싶었다는 듯이 내 발 밑에 툭 떨어졌어요.


손수건 안에는 질이 좀 낮은 금화 10시아니(한화로 대략 22,100원)가 들어있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그날 이후 그 창문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 참고

무어인의 1시아니 = 에스파냐 돈으로 10레알

1레알 = 약 221원 (환율과 시세는 늘 변동 있으니 감안하고 재미로 보시길)

10시아니 = 100레알 = 약 22,100원





보름 후 다시 작대기가 나오길래 얼른 다가갔고, 이번에는 손수건에 에스파냐 금화 40에스쿠도(한화로 무려 1,000만원 상당)와 아랍어로 적힌 종이가 들어있었습니다. 글의 마지막엔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지요. 우리는 아랍어를 몰라서 비밀을 지켜줄 사람을 구하느라 매우 조심했습니다.


* 참고

에스쿠도 : 현재는 유로화로 통합

1돈 = 3.75g = 대략 24~25만원(환율과 시세는 늘 변동되니 감안하시길)

1냥 = 1돈 * 10

당시 화폐로 8에스쿠도 = 27g가량 (정확하진 않음)

1에스쿠도 = 3.375g = 1돈(과 비슷하니 그냥 1돈이라 생각하고 계산) = 대략 24만원 

40에스쿠도 = 약 960만원

50에스쿠도 = 약 1,200만원

100에스쿠도 = 약 2400만원 (산초가 시에나 모레나 산에서 주은 돈가방 액수)

1,000에스쿠도 = 약 240,000,000원

2,000에스쿠도 = 약 492,000,000원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친구의 말에 따르면 무어인들 중 개종을 해서 기독교의 땅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독교의 땅에 가서 안전하게 살려면 포로들이 보증하는 서명을 받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 서명이란 이 개종자가 평소 착했고 늘 기독교인들에게 잘해줬으며, 기독교인이 되고 싶어 탈출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신용장 같은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내게 왜 이런 일을 부탁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편지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유모가 기독교인이었는데, 성모 마리아와 기도문을 가르쳐주며 기독교인의 땅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유모가 죽었고 아마 천국에 가 있을 겁니다. 저는 기도교의 땅으로 가고 싶으나 혼자서 갈 방법을 모릅니다. 저는 아주 아름답고 젊으며 돈도 많아요. 저를 기독교의 땅으로 데려다주신다면 당신의 아내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물론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되지만 기왕이면 결혼하고 싶습니다. 저의 아버지에게 발각되면 큰일이니 비밀리에 일을 추진해주십시오. 저는 여름 내내 해양 사무소 근처의 바바손 문門에 있는 아버지의 장원이 가 있을 것이오니 배를 구하시면 저를 데리러 와주십시오.

- 아히 모라토의 아름다운 외동딸 (마리아로 불리고 싶은) 소라이다 올림




저는 그녀를 도와주면 탈출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오케이 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격자인 동료들도 함께 탈출해야 함을 그녀도 이해해주었습니다. 그녀는 제게 3번에 걸쳐 추가로 금화 3,050에스쿠도(732,000,000원 가량)가 넘는 돈을 추가로 주었으며, 넉넉한 자금을 확보한 우리는 배를 샀고 탈출 계획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소라이다가 종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 투자한 7억3천만원을 보며 입이 안 다물어진다. 배도 사고 노 젓는 인부도 사고 포로와 동료들까지 다 탈출시킬 몸값도 지불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그리 많은 금액이 아닐 수도 있지만, 7억여 원은 초기 투자금이고 나중에 탈출할 때 정착금으로 가져가는 돈도 어마어마하니까 연약해 보여도 계산에 밝으며 자기 몫을 확실히 챙긴다는 점에서 야무질 것 같다.


소라이다 집안은 이슬람교이니 외동딸이라 하더라도 앞서 나온 도로테아와는 달리 경영 관련 교육은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내적 종교와 사회적 종교가 다르더라도 기존 사회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방편이 있었더라면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여성이 집안의 번영을 위해 결혼의 수단만 된다면 종교는 핑계고 다른 세계로 가고 싶었을 수도 있다. 소라이다가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 법한 남자를 탐색하고 승부를 거는 것만으로 묘사되지만 자유를 얻기 위해 수많은 포로중 약속을 지킬 자를 선별해 낸 안목이 있다는 점과 낯선 나라로 가기 위해 평소 다방면의 책을 보며 준비를 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적극성을 발견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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