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새 모는 젊은이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객줏집에서 일어난 이상한 사건
* 새벽에 들리는 무반주 노랫소리, 들어보시죠!
♬ 나는 사랑의 뱃사공, 그 깊은 바다에서 어느 항구에 다다를 희망도 없이 항해한다네
♬ 저 멀리 보이는 별 하나를 나는 쫓아간다네. 팔리누로가 본 그 많은 별들보다 더 아름답고 빛나는 별을.
(팔리누로 : 아이네이아스 배의 조종사)
♬ 오, 밝고 빛나는 별이여, 그 빛 속에서 나 허둥대는구나! 나에게서 그대가 숨는 순간, 내 죽음의 순간이 될 것이니.
♬ 자기 영광을 비싸게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정당한 거래. 자기가 좋아서 평가한 물건보다 더 비싼 것은 없으니 힘들이지 않고 얻는 것이 가치 없는 것임은 당연한 일.
♬ 끈질긴 사랑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을 얻는 법, 그러하기에 나도 끈덕진 사랑으로 사랑의 가장 어려운 일들을 따르고자 하니, 그렇다고 땅에서 하늘을 얻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664~667p.)
노랫소리를 들은 판관의 딸 클라라는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했고 같은 방 투숙객인 도로테아는 궁금해졌다.
* 클라라 : 저분은 아라곤 왕국 출신 기사분의 아들로 자기 영지를 두 군데나 가진 영주님이세요. 아버지와 수도에 살 때 맞은편 집에 살던 분으로 훌륭한 학생이자 시인이라 소문난 분이십니다. 저 사람도 저도 학교를 오고 가다 우연히 보았고 서로 끌리게 되었지만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어요. 저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상의할 사람이 없는 데다 아버지에게 말을 못 하기는 저분도 마찬가지세요. 제가 아버지 직장을 따라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작별인사도 못해서 슬펐는데, 저를 뒤따라 왔다는 것을 알고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저분은 제 영혼에도 확실하게 땅을 가지셔서, 저분이 버리려고 하지 않는 한 영원히 그것을 앗을 수 없을(666p.) 것입니다. 이야기도 못 나눠봤는데 이렇게 좋은 걸 보면 저분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분의 집안은 대단히 높고 엄청난 부자이시니 저와 결혼은 불가능할 테죠?
>> 첫눈에 반한다는 건 위험한데 참으로 매력적이다. 다른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서로 이야기도 한번 못해보고 얼굴만 본 상태로 한쪽만 사모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실제와는 다른 사람을 나만의 상상으로 확대 해석해 좋아하게 된 것일 수도 있으니 클라라나 루이스가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시간이 있어야겠지? 사랑한다는 감정에 취하면 상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되고 내가 만든 허상을 쫓은 사랑은 금세 식어버릴 것이다. 내가 왜 저 사람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사랑이 식었을 때도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니 타인에 대한 관찰도 필요하지만 나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내가 어떤 욕망으로 상대방을 대하나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이제 겨우 15세 된 클라라나 루이스에겐 아직 무리려나?
한편, 객줏집 딸과 하녀 마리토르네스는 돈키호테가 무장을 한채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는 사실이 웃겨서 장난을 좀 쳐보기로 했다. 돈키호테가 둘시네아 공주를 생각하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 객줏집 딸이 볏짚을 밖에서 안으로 던져 넣을 때 쓰는 구멍을 통해 이리 좀 와달라고 불렀다. 돈키호테는 성주의 딸이 자기를 사모해서 구애하러 온 거라 착각하고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며 사양했다.
객줏집 딸은 그저 손만 좀 달라고 했고, 돈키호테는 세상의 악당을 처형하지만 어느 여인도 만져보지 못한 귀한 손이니 자신의 손과 팔의 근육을 만져보고 힘이 얼마나 센지 확인해보라며 구멍 속으로 팔 한쪽을 완전히 집어넣었다. 마리토르네스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고 잘 풀리지 않는 오랏줄을 그의 손목에 걸고 반대편 끝은 헛간 걸쇠에 아주 단단하게 묶어 놓고 가버렸다.
돈키호테는 로시난테의 안장 위에 선 채 한쪽 팔을 구멍 속에 넣었기 때문에 몹시 힘들었다. 로시난테가 혹시 움직이기라도 하면 벽에 매달려 있어야 할 판이라 이 성이 마법에 걸려 또다시 자기에게 고난을 주었음을 저주했고, 깊이 잠든 산초를 불러보기도 하고 온갖 현자와 친구를 부르며 고통스럽게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이 되고 새로운 여행객 4명이 와서 문을 쾅쾅쾅 두드린 데다, 여행객이 타고 온 말이 로시난테를 움직이게 하는 바람에 돈키호테는 구멍에 팔이 걸린 채 발은 간신이 땅에 닿을 듯 말듯하게 매달리게 되어 극심한 고통에 울부짖었고 객줏집 사람들은 놀라 벌떡 일어났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