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yden May 02. 2024

[강남구청역 수인분당선] 자전거 어디로 타고 오셨어요?

꾸준함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토요일 저녁, 학교에서 동아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왕십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여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이 많았다. 늘 앉던 수서역 빠른 하차(5-3) 근처에 앉을자리가 없어서 앉을자리를 찾아 다음 칸으로 향했다.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열차의 가장 끝이었고 그중에서도 맨 끝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열차는 출발했다.


강남구청역에 정차했을 때, 한 분이 로드자전거와 같이 승차를 했다. 주말에는 양쪽 맨 끝 칸에 자전거를 휴대하고 승차할 수 있었기에 토요일 맨 뒷 칸에서 자전거와 함께 승차하는 분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분은 자전거를 벽에 기대 두고, 자전거가 움직이지 않도록 브레이크와 핸들바를 고무줄로 묶으시고 나의 옆 자리에 앉으셨다. 나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취미로 자전거를 타오고 있지만, 학업을 핑계로 자전거를 안 탄지 1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유독 자전거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은 자전거 주인 분과 대화를 나눴다.


자전거 어디로 타고 오셨어요?
노원에서 시작해서 의정부 지나서 포천까지 찍고 돌아왔어요. 거리는 대략 200km 정도


그란폰도라고 하셨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침부터 시작해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이제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그때 시간이 대략 오후 8시 30분 정도였다. 200km 조금 넘게 타서 굉장히 힘들다고 하셨다. 사람들이 초반에 치고 나가길래 함께 따라서 치고 나가시다가 오버페이스를 하셔서, 특히나 더 힘들었다고 하셨다. 그래도 다 타고나면 찾아오는 성취감이 좋아서 장거리 라이딩을 자주 한다고 하셨다.


Strava(달리기, 자전거 기록 앱)를 켜고 말씀을 하시길래 나도 Strava를 켜고 함께 자전거를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중학생 때 고향 근처에서 자전거를 탔다고 소개했다. 경상남도 진주가 고향이라서 남해로 바닷가 라이딩을 가거나 산청으로 지리산 라이딩을 간다고 소개드렸다. 서울에 와서도 자전거를 몇 번 탔는데, 미세먼지도 많아서 아쉽다고 했다.


중학생 때 자전거타고 바다도 가고, 산에도 갔다. 자동차가 없는 청소년에게는 자전거가 자동차였다.


대학생이라고 소개를 드리니 그분께서는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해 주셨다. 자기는 평소에 운동을 잘하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부터는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일을 못할 때도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대학생인 지금부터 꾸준히 운동을 한다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그 분과 나는 작별인사를 했다.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단, 운동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습관들이 꽤 많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몇 개가 된다.


1. 매일 운동하기

2. 매일 일기 쓰기

3. 매일 책 읽기

4. 매일 영단어 암기하기

5. 매일 신문 읽기


특히, 나는 충분한 만큼 성취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편이라 남들보다 시작도 느리고, 지속력도 높지 못한 편이다. 그래도 최근에 꾸준히 성취하는 사람들의 비결을 몇 가지 활용해 봤는데, 꽤 성과가 났던 방법들이 있었다.


첫째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목표의 단계를 과감하게(나의 경우에는 절반정도) 낮추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밥 먹기 전에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고 하자.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운동하러 갈까? 오늘은 조금 쉴까? 고민의 결과는 늘 후자의 승리다. 결국 잠을 더 자기로 하고, 운동은 저녁에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저녁엔 내일로 미루고, 내일은 또 그다음 날로 미룬다. 그래서 갈까? 말까? 생각이 들 때 그냥 가는 거다. 물론 최고는 그런 생각조차 들기 전에 가는 것이다.


두 번째를 예로 들면, 나의 경우에는 처음에 매일 30분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30분은 달려야 땀도 나고, 운동을 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일 30분을 하려고 하니 2일 차부터 마음에 짐이 되기 시작했다. "어느 세월에 또 30분을 달리지?"라고 말이다. 그래서 목표를 과감하게 절반으로 줄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5분만 뛰는 것이다. 15분은 크게 부담이 없다. 그래서 목표 성취 횟수가 조금 늘긴 했다. 물론, 이때도 매일 달성하지는 못한다. 지금 대략 일주일에 3번 정도 운동을 가는 것 같다.


글을 쓴 오늘도 아침에 운동을 하지 않아서, 계속 고민을 했다. 갈까? 말까? 또다시 생각만 하는 것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아서,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운동을 다녀왔다. 다소 즉흥적이긴 했지만, 운동을 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너무 높은 목표를 잡아서 목표를 달성하기도 힘들고, 자기 효능감도 낮아지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목표를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워밍업 3분을 제외하고, 15분 정도를 달렸다.

 



이전 08화 [교대역 2호선] 우리는 늘 다니던 길로 다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