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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싫지 않은 걸 보면
부자가 됐나 보다.

by 집녀 Feb 04. 2025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추위다.

추위를 유독 많이 타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추위 속에 버텨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살았던 옛날 집, 주택에서는

겨울은 견디기 힘든 시기였다.

각 방마다 난방기를 켜 놔도

창문이 많다 보니

웃풍이 심해서 이불을 덮고 있어도 코가 시렸고,

화장실을 가는 것은 곤욕이었다.

거기서 샤워라도 할라치면...

화장실에 난방키를 켜 놓고 

뜨거운 물을 오래 틀어 온기를 만들어 놓고 나서야

씻을 수 있었다.

가끔 짜증과 악에 차 오를 때

'이 지긋지긋한 추위! 이 지긋지긋한 가난!'

이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질렀더랬다.


그런데 아파트를 오고 나서는

겨울이 오히려 좋은 면이 있다.

바깥은 엄청 추워도

따뜻한 집 안에서

창문에 서리는 김을 보면

'아 나는 따뜻한 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구나';

이런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입추가 무색하게 다시 추워졌다.

나는 따뜻한 캐나다구스를 입고(내가 처음 산 가장 비싼 옷, 허세가 아니라 남극추위도 견딘다길래 큰맘 먹고 산 옷, 살기 위해 산 옷),

따뜻한 아파트 실내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따뜻한 회사 실내 주차장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왔다.


추위가 싫지 않은 것을 보니

나는 부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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