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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추위다.
추위를 유독 많이 타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추위 속에 버텨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살았던 옛날 집, 주택에서는
겨울은 견디기 힘든 시기였다.
각 방마다 난방기를 켜 놔도
창문이 많다 보니
웃풍이 심해서 이불을 덮고 있어도 코가 시렸고,
화장실을 가는 것은 곤욕이었다.
거기서 샤워라도 할라치면...
화장실에 난방키를 켜 놓고
뜨거운 물을 오래 틀어 온기를 만들어 놓고 나서야
씻을 수 있었다.
가끔 짜증과 악에 차 오를 때
'이 지긋지긋한 추위! 이 지긋지긋한 가난!'
이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질렀더랬다.
그런데 아파트를 오고 나서는
겨울이 오히려 좋은 면이 있다.
바깥은 엄청 추워도
따뜻한 집 안에서
창문에 서리는 김을 보면
'아 나는 따뜻한 곳에서 보호를 받고 있구나';
이런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입추가 무색하게 다시 추워졌다.
나는 따뜻한 캐나다구스를 입고(내가 처음 산 가장 비싼 옷, 허세가 아니라 남극추위도 견딘다길래 큰맘 먹고 산 옷, 살기 위해 산 옷),
따뜻한 아파트 실내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따뜻한 회사 실내 주차장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왔다.
추위가 싫지 않은 것을 보니
나는 부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