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차/ 한 달 걷기에 성공하다

by 집녀

‘내 생애 무려 한 달이다’


한 달 동안 걷기에 성공했다.


물론 중간에 빠진 적은 몇 번 있었다.

날씨 때문에, 아파서. 근데 단 몇 번에 불과하다.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생리 때도 운동하러 나섰다.

생리 기간, 특히 생리양이 많은 날에는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나였다.

회사를 다닐 때 토*일요일에 생리 2일 차가 겹치기를 그렇게나 빌었더랬다.

그런 피 흘리는 고통과 불편함도 마다하지 않고 운동을 했다는 것은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줄 만큼 대견한 일이다. 괄목한 만한 변화다.


사실 살면서 한 달 정도까지는 '열심히 하기'가 가능했다.

헬스장, 요가 학원을 끊어서 한 달 정도는 버티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번 한 달 성공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돈을 내고 안 내고의 큰 차이가 있다.


본전 찾기라는 출발점의 차이가 있다.


나는 걷기 운동을 돈을 내고 한 것이 아니다.

본전을 논할 기준이 없다. 그런데 해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 달을 꾸준히 걷기에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절망감도 동시에 들었다.

지난 한 달을 걷기 운동을 해냈다는 사실에는 성취감을 느꼈다.

동시에 앞으로 한 달 동안도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자 절망감이 들었다.


걷기를 시작할 때 우선 한 달만 기다려보자 라는 심정이었다.

코비드 19 때문에 어차피 한 달은 버린 달로 생각했다.

아등바등해도 소용없으니 포기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하루에 열두 번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좌절했다 희망을 가졌다 온갖 잡생각으로 괴롭혔다.


어찌 됐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상황이 나아지면서 한 달 안에는 예전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코비드 19’라는 자식은 기세가 더욱 등등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뒤늦게 시작되면서 오히려 급속도로 악화되는 분위기다.


나는 생각했다. 아니. 거의 확신했다.


한 달로 절대로 끝나지 않겠구나. 희망을 버리자.


그래. 두 달로 생각하자. 두 달 정도면 어느 정도 나아지겠지.

그때는 음식점도 문을 열고 스타벅스도 문을 열고 쇼핑센터도 문을 열고 여행도 갈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시작한 걷기 운동, 한 달은 너무 짧아 두 달은 해야지. 두 달만 하면 될 거야 생각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본 NBC NEWS에서는 가을까지도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 폭 망’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