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 차 /부지런히 운동하는 참한 아가씨가 되다

by 집녀

“안녕하세요~”


매일 마주치는 노부부에게 용기 내 인사를 했다.

오후 시간에 마주치는 한국인 노부부인데 항상 둘이 손을 잡고 다닌다.

부인 쪽이 건강이 좋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남편이 부축하듯이 부인과 팔짱을 끼고 걷는다.


빨리 걷기로 힘을 썼던 터라 힘들어 벤치에 앉아 있었다.

거기서 쉬고 있던 부부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평소처럼 쌩하니 지나치면 몰라도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자연스레 인사가 나왔다.


‘그래도 같은 한국 사람인데 인사는 해야겠지.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말이야’


인사와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고 아가씨 참 참하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부인이 말을 꺼내자


“그러게. 요즘 젊은 사람치곤 참으로 부지런해”

하며 남편이 맞장구쳐 줬다. 인사를 했더니 좋으셨나 보다.


“근데 아가씨 학생이야? 몇 살이야?”

부인이 말을 이어가자


“아이고 그런 거 실례되게 왜 물어. 근데 결혼은 했어?”

막는척하며 남편이 더 적극적이다.


“아. 학생 아니에요. 나이는 많은데 결혼은 안 했어요.”


수줍은 척하며 대답한다.

우선 학생이란 말에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어리게 봤다는 소리 아닌가.


“아이고 나이 안 많아 보이 구만. 만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남자 친구 있어?”

부인의 질문에


“없겠지. 매일 운동 오는데 남자 친구 있을라고”

하며 점잖아 보이던 남편이 못을 받는다.


“아 네. 없어요. 남자 친구 있든 없든 운동은 열심히 하는 게 좋으니까요...”

벤치에 잠시 앉으러 왔다 웬 봉변인가 싶어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괜히 인사를 걸었나... 그냥 모른 척할 걸 하며 후회도 밀려온다.


“아가씨 근데 몇 살이야? 우리 아들이 있는데 30대 중반인데.. 나이가 좀 많은가? 그래도 시민권 잔데 얘가 일만 하느라 여자 친구가 없어. 한번 만나볼래?”

부인이 결국 하고픈 말을 꺼냈다.

30대 중반을 나이가 많다고 결론짓는 노부인에게는 더 이상 내가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아. 저 나이 진짜 많아요. 그리고 저 한국에 돌아가야 해서요. 여기 살게 아니거든요. 저 이만 일어설게요. 운동 잘하시고 들어 가세요”

서둘러 일어난다.

5분 정도 앉아서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다음 벤치에서 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소개받고 싶었다.

누구라도 만나보고 싶었다.

나이가 적어도 상관없다. 상대방은 싫겠지만 나야 오히려 더 좋다.

그런데 두렵다. 차일까 봐 두렵고 나이가 많다고 흉볼까 봐 두렵다. 그래서 피하는 거다 비겁하게.


그나마 남들이 보기에 참한 아가씨로 보였다니. 참하다는 말이 어르신들에겐 좋은 의미긴 하니까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문득 궁금하다


‘내가 나이를 밝혀도 여전히 참한 아가씨일까?’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