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차/ 노화 차단

by 집녀

‘어? 어? 어!!! 이게 뭐야? 이게 언제 적부터 여기 있었어?


거울을 보다 놀라 자빠질 뻔했다.

오른쪽 뺨에 거뭇거뭇한 무엇인가를 발견한 것이다.

주근깨? 아니 기미인 듯 보였다.

충격이다. 피부에 있어서만은 자신이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피부과에서 시술 한번 받아본 적 없던 나였다.


비결은 자외선 차단제.

나는 2시간에 한 번씩은 꼭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미국에 와서도 당연히 발랐다.

걷기 운동을 하고서는 더 꼼꼼하게 발랐다.

그런데 기미가 생겼다. 문제가 뭐였을까.


'햇살 강도' 차이!

나는 그렇게 결론 내렸다.


눈을 뜰 수가 없다.

햇살이 그렇게 강렬한 힘을 발휘하는 줄 미처 몰랐다.

시력을 잃을 정도의 강렬함에 당황한 적이 많았다.


같은 해인데 왜 이 곳에서는 강도가 세다고 느낄까.


'위도 때문일까? 적도에 좀 더 가깝기 때문일까? 그래서 해가 더 가까이 있는 것일까?'


이유는 됐고 대책이 시급했다. 자외선 차단을 더욱 강하게 하자.


나는 자외선 차단제를 1년 내내 바른다.

실내에서도 바르고 겨울에도 바른다.

게다가 정확히 바른다.

화장품을 정해진 지침대로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2시간마다 한 번씩, 5백 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짜서 바르라는 것이 지침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키지 않는다.

지침대로 하다가는 얼굴이 귀신처럼 하얘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백탁 현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정확한 효과,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 지침대로 지키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여러 개를 써봤다.

덧발라도 뭉치지 않고 백탁 현상이 생기지 않는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주위에 피부과 시술을 하러 다니는 여자들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나에게 있어 피부관리란 수분과 자외선 차단.

두 개만 충실하면 웬만큼은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피부과 시술로 일시적인 개선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없음을 안다.

아마 피부과 의사들도 알지 않을까?

근본적으로 개선이 된다면 더 이상 피부과를 찾지 않을 것이니까.


자연스럽게 늙어가되 셀프 관리로 최대한 노화를 억제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유효했다.

그런데 미국에 오고 나서, 차원이 다른 자외선 쬐임으로 피부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자외선은 노화의 가장 큰 적이다.

자외선은 피부 내 콜라겐을 파괴하고 콜라겐은 피부의 탄력을 잃게 만들어 결국 주름을 생성하는 것이다.

수분 공급과 함께 자외선 차단은 피부 노화의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이다.


이 생각으로 평소 바깥 활동도 자제했다.

운동을 할 일이 있으면 실내에서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런데 걷기 운동을,

그것도 태양이 작열하는 미국 조지아 주에서 매일 같이 하고 있으니 피부에 무리가 올 만도 하다.


고민이 됐다.

건강과 피부, 선택의 기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망설임 없이 건강이라고 할 것이다.

아파 본 사람이라면 건강과 피부라는 선택 대상 자체에 코웃음 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맙게도 아직까지 크게 아파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직 피부가 선택 대상이 될 수 있다.


운동이 건강 그 자체보다는 다이어트. 몸매 등 외적으로 가꾸는 것에 의미가 더할 나이다.

아직은... 그럴 나이다...라고 해 두자.

무엇보다 결혼도 못한 나로서는 남자를 찾기 전까지 최대한 늙지 않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그렇다고 걷기 운동을 포기할 수 없다.

한국에 있었다면, 다른 운동을 할 것이 있었다면 기미를 만드는 걷기 운동을 아예 시작조차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미국이고 걷기 운동을 포기하면 24시간 내내 집에 있어야 한다.

운동을 해야 바깥에 나올 수 있다.


마트로 달려갔다.

자외선 차단지수 70짜리 2백 밀리미터 용량의 선크림을 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차단 지수 50으로는 부족하다.


‘이걸로 처발처발 해주겠어!’


결국은 건강과 피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