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에 앞서 거울을 보고 점검한다.
얼굴도 점검한다.
선크림을 꼼꼼히 잘 발랐는지, 뭉치지 않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뿔싸. 정작 머리가 문제였다.
흰머리가 꼿꼿하게 서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서너 개가!
나는 동안이다. 거짓말이 아니다!
그나마 유일한 자랑이자 장점이다.
타고나길 그런 거라 항상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세월의 영향을 더디게 받는 것을 즐겼고 남들에게 일어난다는 각종 노화현상이 나타나지 않음에 기뻐했다.
그런데 최근 고민이 생겼다.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 동료들 가운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아님 체질적으로 흰머리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삼십 대 초반인데 새치머리가 난 후배를 보고 놀란 적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겉으로는 안타까워하면서도 내 일은 아니라며 내심 안심했다. 그리고 기대했다.
흰머리가 안 나는 체질이기를. 나 정도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나의 롤 모델이기도 한 외할머니 때문이다.
올해 90대 중반이 되는 외할머니는 평생 한 번도 염색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도 머리가 검다. 물론 뿌리 쪽에는 흰머리가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검은 머리를 유지하고 계신다.
이것 말고도 아직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걷기 운동을 하실 만큼 정정하시다.
80대 초반까지는 혼자 김장을 수십 포기를 하신 분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외할머니만큼만 건강하고 젊음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복병이 있다. 외할머니의 좋은 유전자가 엄마에게는 가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 형제는 모두 6명. 그런데 절반은 검은 머리, 절반은 흰머리가 난다.
엄마는 흰머리가 나는 쪽에 포함된 것이다. 흰머리가 나는 외할아버지 유전자 쪽이다.
엄마를 원망하며 외할머니 유전자가 한 단계 건너뛰어 나에게 적용하기를 바랐다.
40대가 되기 전에는 바람대로 되는가 싶었다. 흰머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행복했다. 동안에 흰머리까지 피해 갈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마흔이 넘어가고 상황이 달라졌다.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운동을 하고 나서 흰머리가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운동을 과하게 하면 몸에 활성산소가 나와 오히려 노화를 촉진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들었다.
근력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사람들이 몸은 좋아져도 얼굴은 급 노화가 오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말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그동안 운동을 과하게 하지 않은 이유, 아니 핑계 기도 하다.
그런데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이 시점에 흰머리가 더 많이 나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은 뭘까?
정말 활성산소 발생으로 인해 노화가 오는 것일까? 걷기 운동에 몸에 무리를 주는, 힘든 일이었나?
그렇다고 걷기를 포기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나로서는 걷기는 '감방생활 중 운동장 돌기'와 같은 의미다.
흰머리가 나든 말든 걷기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흰머리가 보일 때마다 잘 뽑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