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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Oct 11. 2020

'사람들이 틈만 나면 나를 해치려 한다'라 생각한다면?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부모님은 올해로 91세, 90세다. 두 분 다 고혈압이 있고 어머니가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질환은 없다. 두 분은 안성의 노인복지관에 열심히 다니면서 일본어, 중국어, 컴퓨터를 공부하고 탁구도 치신다. 실버합창단도 창립멤버로 들어가셨는데 정기 공연을 할 때면 최고령 부부라 하여 두 분이 듀엣을 는 영광을 거머쥔다. 그것도 독일어, 영어 등으로 말이다.  아버지는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찍은 꽃 사진과 그 꽃에 대해 쓴 시로  시집도 내시고 유튜브에도 올리신다. 아버지가 복지관을 다니기 시작한 건 83세부터다. 농촌도시인 안성의 분위기는 부부가 그다지 친하지(?) 않은데 두 분은 항상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다니신다. 어머니가 관절염으로 다리가 불편하니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러시는 거지만 이 동네에서는 화젯거리다. 안성 어르신들의 롤 모델이 되셨고 다섯 딸과 사위들도 나이 들어서 부모님처럼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 분이 이렇게 건강하게 사는 것은 의사인 딸과 사위가 하라는 대로 을 꼬박꼬박 잘 드시고 워낙 낙천적인 성향이기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게 중요한 이유가 될 거다.  그러나 옆에서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사시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먼저 가시지 않고 두 분이 서로 돕고 사는 것 큰 힘 것이다. 두 분을 보면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사람 인(人)’자가 떠오른다. 또 하나의 큰 힘은 친구들이다. 사람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요소 중 단 하나만 뽑으라면 ‘친구의 수’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친구가 있으면 같이 운동할 수 있고 식사도 즐겁게 할 수 있으며 무료하지 않다. 또한 건강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사람들과 같이 있어야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복지관과 합창단에서 부모님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 늘 연락을 주고받고 식사도 같이 하신다.


 한 번은 70대 여성 어르신이 다리에 골절이 되어서 깁스를 하고 집에 있다며 왕진 요청을 하셨다. 거동이 불편하실 텐데 혼자 사시는 분이라 하여 여러가지가 걱정이 되었다. 밥은 어떻게 드시나, 화장실은 어떻게.. 그러다가 또 넘어지시면 어쩌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분은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계셨다. 그 동네 어르신들이 마을 회관에 가는 대신 그 집에 모여서 같이 밥해먹고 놀기도 하고 계신 것이었다!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으면 건강을 지킬 수가 있다!

 한 지역사회를 놓고 볼 때 전체 인구 중에서 ‘사람들이 틈만 나면 나를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을수록 그 지역사회의 평균수명은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사람들이 서로 믿고 살아가는 것, 조금씩 기대고 살아가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데 크게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의료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건강과 지역사회의 건강을 증진시키려 노력하는 정점에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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