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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결된 봄 Oct 24. 2021

잘 살아 자몽아

스스로가 충격적인 잊고 싶은 이야기

 한 때 인기가 많았던 애니메이션 “가필드”로 인해 처음으로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었다. 그리하여 평생 고양이만 16년을 키우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고양이를 키웠다.


 첫 고양이는 중학교 때였다. 1년여 가량을 몰래 기르다가 반려동물을 반대하던 가족들로 인해 다른 곳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군 시절 길렀던 고양이였는데 야외를 야심 차게 돌아다니다가 길 가던 나쁜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제대 후 무료한 삶을 달래준 내 인생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반려묘 자몽이.


 자몽이는 친구의 작은 아버지께서 잠깐 기르시던 고양이다. 가문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았던 집안에서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바로 모든 가족에게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별 수 없이 고양이를 길러줄 사람을 찾다가 나에게까지 온 것이다. 포동포동한 치즈색 자몽이는 그 당시 생후 6개월 정도였다.


 그렇게 둘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순탄치 않았다. 일주일간은 서로 남남처럼 지냈다. 하지만 서서히 친밀해져 내게 얼굴을 비비기도 하고 품에 안기기도 했다. 하루 종일 같이 있어주지는 못했지만 퇴근하고 오면 문 앞에 항상 나와 “수고했어 어서 와”하는 듯한 몸짓으로 나를 반겨주는 자몽이와 5년을 함께 했다.
 

 하지만 삶에 큰 문제가 생겼다. 이로 인해 잦은 이사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외국에 나가야 했다. 자몽이가 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외국이라 할지라도 꼭 함께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비행기에 태워 옮기는 행정적 절차들이 상당히 까다로웠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미안하지만 함께 가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좋은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보는 사람 모두 한결같이 몸집이 너무 커서 고양이 같지 않다고 한다. 어찌어찌 입양을 보냈으나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 몇 번이고 당했다. 자몽이에겐 정말 혼란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출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있다가 결국 방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생이별을 해야 하는 것도 마음 아팠지만 스스로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자체가 더 정신을 놓게 했다. 반려동물을 무단으로 방생하는 일은 충분히 질타받을 만한 일이다. 불법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양심과 법과 도덕적 문제를 뒤로했다. 그렇게 결정한 스스로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 정도로 나쁜 인간이라니.


 한강 인근, 고양이들이 많이 모이는 길목에 자몽이를 보내줬다. 이곳에 고양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이유는 그나마 안전하고 살만해서겠지 생각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때의 나는 스스로도 못 추스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도 잘 살아있는지 궁금하다. 길가던 누군가 간택당해 집으로 데려갔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청난 생존력으로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기엔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을까. 한국에 돌아와 그 길을 수없이 지나다녔다. 혹시라도 계속 그곳에서 살고 있을까봐... 하지만 닮은 고양이조차도 안보였다. 만약 다시 만나게 된다면 자몽이에게 백번 사죄하고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며 품에 안고 집으로 데려올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합리화하며 스스로를 두둔하지 않는다. 당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때의 나를 뼈저리게 반성하는 것과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뿐이다.


익명의 사연을 다듬어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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