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 알고 싶은 작은 행복을 기록하다
소소한 일상의 기쁨
냉소적인 분위기의 성장 환경 때문인지 나는 행복의 조건보다 불행의 조건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한숨만 쉴 수는 없다. 내 가슴과의 만남을 만들어내고 싶다. 가슴 깊은 곳에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다. 그래야 크던 작던 행복을 위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삶은 내 안에 숨어 있다. 어떻게 숨어 있는 것을 꺼내어 새로운 시작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느끼는 부드러운 바람, 아침 햇살, 한 여름 늦은 저녁 산책길에서 만나는 선선한 바람, 수줍은 듯 살포시 흔들거리는 나뭇잎, 갓 볶은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 때 온 거실을 가득 채우는 커피 향, 부드럽고 따뜻한 라테, 에어프라이에서 방금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떡, 넓은 창밖으로 펼쳐진 백일홍 나무의 향연, 데크 위에서 여름 내 피었다 지고 또다시 빨갛게 피어나는 제라늄, 이웃집 언니가 정성스럽게 가꿔 아치를 타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분홍 찔레 장미, 잠들기 전 발끝 치기를 천 번 하고 난 후 온몸으로 퍼지는 미세한 진동, 의식적인 들숨과 날숨 후에 차분히 가라앉는 고요, 배움과 깨달음을 주는 강의, 공감할 수 있는 글...
이 모든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대부분 큰 수고 없이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것이다.
일상의 이런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또 다른 사소한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알지 못하는 실체 없는 걱정이 쉽게 되뇌어진다.
생각하는 패턴을 관찰해 싫어하는 건 가능하면 치우고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두면 어떻게 될까. 문득 내 생각 패턴만 조금 바꾸면 행복한 기분을 가까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나를 더 잘 알고 싶다. 일단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고민하지 않고 막 가는 대로 적어본다.
좋아하는 것 50가지
책, 커피 향, 쓰지 않고 따뜻한 부드러운 라테 커피, 도서관 넓은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 구름, 우리 집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와 주택, 하늘이 보이는 바깥 풍경, 작고 귀여운 막 태어난 새끼 고양이(잠깐 볼 때는 귀엽지만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다), 꽃, 수국, 노트북을 열 때 제시되는 자연 풍경, 백일홍 나무에 핀 꽃, 천일홍, 작약, 백합, 포스트잇, 스릴러물 아닌 휴머니즘적 실화 영화, 바다, 산책로, 달리기 한 후 흘리는 땀, 바른 자세로 걸은 후 헉헉거리는 숨, 심호흡, 근육통, 우유 거품, 막 구운 토스트, 아이랑 웃으며 대화하는 순간, 잘 정돈된 도서관, 새소리, 잘 가꿔진 정원, 기차 밖 풍경, 해안선 도로, 여행 떠나는 설렘, 호텔 침구의 부드러움, 배움의 순간, 성과 나는 일, 글쓰기, 동기 부여되는 강의, 좋은 사람과의 만남, 성악, 남편이 심각한 순간을 유머로 바꿀 때, 부드러운 음성, 말 잘하는 사람, 힐링이 되는 그림, 산책, 숙제를 해내는 순간, 아이와 음식을 먹으며 대화 나누는 순간, 글이 잘 써지는 순간, 쫄면, 울창한 숲길, 반가운 전화, 톡톡 튀는 아이디어, 맛있는 음식, 걷기, 달리기, 절제가 가능한 식욕, 좋아하는 과목의 수강신청, 자신감 있는 태도...
싫어하는 것 50가지
고양이 똥. 잡초. 몰아붙이는 태도, 거친 목소리, 강요, 지저분한 방, 의미 없는 활동, 발전 없는 반복적인 일, 불만, 곰팡이 냄새, 청소하지 않은 딸의 방 냄새, 비 오는 날 잘 마르지 않은 빨래 냄새, 신제품 냄새, 고양이 울음소리, 가려움, 부은 얼굴, 침침한 눈, 아침에 일어날 때 무거운 몸, 과식, 과식 후 졸림, 내 성과를 가져간 상사,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 어머니의 잔소리, 내가 만든 음식을 먹지 않는 아이, 짜증 섞인 나의 목소리, 구부정한 자세, 무계획, 고장 난 조명, 삐걱거리는 문, 의미 없는 자리 채우기, 의미 없는 카톡, 앱 울림, 쇼핑, 결정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것, 놓쳐버린 기회, 정리되지 않은 방, 아이의 목소리 톤, 반복적인 똑같은 질문, 쓴 커피를 계속 마셔야 하는 순간, 의미 없는 대화, 거절하는 메시지, 필사, 바느질, 색칠하기, 빠진 머리카락, 튀어나온 배, 엄마의 강요하는 전화, 어두운 골목, 공포영화, 글씨를 손으로 쓰는 행위,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상황...
사물, 느낌, 모든 상황을 포함하여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적어본다. 적고 나니 왜 좋아하는 걸 더 가까이 두지 않았을까. 싫어하는 걸 멀리 하지 않았을까.
나는 우리 가족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다음에는 식구들과 같이 작은 행복을 기록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잘 모르고 있을 내 반경 1미터의 식구들. 잘 알고 싶다. 잘 이해하고 싶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자 선물인데 너무 몰랐다.
내 행복을 생각하듯 식구들의 행복을 생각한다. 서로 잘 알면 일상에서 소소하게 얻을 수 있는 기쁨인데 이벤트처럼 행복을 생각했다. 가족 여행, 생일파티, 특별한 날만 챙기는 행복도 좋지만 이젠 일상이다. 매일 소소한 기쁨을 얻자. 내가 원하는 삶을 꾸려가고 싶듯 날마다 만나는 식구들도 자신의 삶에서 바라는 것이 충족되었으면 좋겠다.
남편을 웃게 하는 것은?
지인과 만남, 간식(오징어 땅콩, 고구마 과자, 카스텔라, 계란과자, 아이스크림, 국수, 웨하스), 새우, 맛살, 만두...
딸을 웃게 하는 것은?
쇼핑, 예능, 친구랑 수다, 민트 초코, 불닭, 방울토마토, 라면, 족발, 연어초밥, 김치만두, 김치볶음밥...
아들을 웃게 하는 것은?
전철, KTX, 먹방, 햄버거 세트, 포테이토칩, 신라면, 족발, 고기만두, 갈비찜, 동그랑땡, 부대찌개...
이럴게 아니라 물어봐야겠다. 직접 쓰라고 하든지... 우리 가족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