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점심을 나 혼자 먹는다.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친구도 많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집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나만의 시간이 소중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의 삶은 끊임없는 활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가득찬 경우가 많은데,
전업주부인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인간관계에 업데이트가 거의 없다.
홀로 밥을 먹으려고 유튜브를 틀면 깔깔 웃으며 친구랑 티키타카하며 나눠먹는 사람들이 나온다.
문득 내가 너무 조용해 보인다.
혼자서 밥을 먹는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 종종 살기 위해 먹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늘 고독 정식 시간이 된다.
허나 그렇다고 억지로 점심 약속을 잡고나면 또 다시 뭔가 불편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저녁은 가족들이랑 먹기 때문에 유일한 나만의 시간인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걸까.
혼자 밥을 먹는 것은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보다.
나에게 익숙한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때로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혼밥(혼자먹는밥)은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과 친구와 함께 먹을 때는
대화와 돌봄에 시간을 할애하게 되지만, 혼자 먹는 밥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나는 음식, 식사 시간, 장소, 식사하면서 할 일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나와의 소통 시간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완전한 자유를 의미한다.
그리고 혼밥은 휴식에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상에서
혼밥은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해줘 안정과 평화를 찾게 만든다.
음식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내적 평화를 느끼면서 에너지도 얻어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유독 내향형이라 그럴 수도 있다.하지만 자발적 외로움이라는 장점 말고도,
내가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방식으로 즐긴다는 것은 확실한 재미가 아닐까 싶다.
먹고 싶은 게 떠오르면 맘대로 그 음식을 먹고,
맵든지 짜든지 나만의 식사 스타일대로 요리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한 편안함도 지속되면 조금 변화가 필요한가보다. 혼밥의 단점도 있다.
가끔은 울적한 기분을 나누고 싶을 때 떠들고 해소하며 씹고 풀고싶다.
인간관계가 조금 불편하다해도 잠깐 참아서 그걸 뛰어넘고 나면 더 큰 재미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는데 말이다.
가족 외에 별 다른 인간관계가 없다는 것이 나의 단점이다.
지금 편하다는 이유로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그럼에도 타고난 성격이 쉽게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도 인싸이고 싶지만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가 너무 쉽게 소모된다.
활기차게 바뀌고 싶지만 너무 어설프고 느린 걸 어쩌겠는가.
자꾸 혼자이길 벗어날 방법만 찾기보다는, 혼자서도 잘 지낼 방법을 찾는게 낫지 않을까?
성격을 바꿀 수 없다면 혼자있는 환경이라도 좀 색다르게 바꿔보자. 테이블 세팅이라도, 듣는 음악이라도. 뿌리는 소스라도.
그러다보면 한번씩 외식을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외식할땐 보통 친구나 애들을 데려가서 먹는데, 한번은 그냥 혼자지만 가보고 싶어졌다.
백반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릴 때부터 어색했지만, 괜히 스마트폰도 보지 않았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고 혼자 수저를 드는데, 옆에 나처럼 혼자온 사람이 또 있었다. 아주 일상이라는듯 자연스러운 모습. 그러자 동지를 얻은 듯 마음이 편해지고 나는 나름 꿋꿋하게 그리고 아주 맛있게 밥을 먹었다. 그래, 혼자지만 혼자가아닌 순간이다. 여러사람 속에 혼자는 왠지 부끄럽지만, 나같은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그들이 날 별로 의식하지도 않는다는 걸 깨달으면 못할 것도 없다. 혼자라는 사실보단 얼마나 맛있게 필요한 양식을 채웠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뭐 대단한 경험인듯 말해도 사실 백반집에서 밥먹기는 혼밥 중에서도 쉬운편이라고 한다.
혼밥 혼놀에도 레벨이 있다는데 난 아직 초보레벨이었다.
혼자인시간은 많지만 그만큼 집안에 틀어박혀만있을뿐 자신있게 다니진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
혼자놀기 스킬도 연마하다보면 발전시킬수 있다고한다.
혼자의 단계가 익숙해지면 혼영(혼자영화), 혼행(혼자여행)에도 도전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조금씩 나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다보면,
나에대해 더 알아가고 그 시간을 즐길 수도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