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별거 있나요?
지수가 먼저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왠지 모르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바쁜 지수와
여전히 느린 나.
하지만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아이를 깨우는 일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도무지 나오질 않는다.
“십 분만 더 자고 일어날게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십 분 뒤에는 뽀뽀 폭탄이다?”
아이는 이불을 살며시 내리며
“응, 십 분만…” 하고 대답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너무 여유롭고
너무 소중해서
울컥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너무 행복했다.
지수는 요즘 회사 일이 바쁜지 퇴근이 늦어졌다.
자연스럽게 집안일과 아이 돌보는 일은 내가 더 많이 하게 됐다.
예전엔
아내의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무조건 남자가 돈을 벌어와야 한다 생각했다.
이젠 딱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누구든 벌면 되지 모.'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하원한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들어오면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회사에선 아직 연락이 없었다.
딱히 연락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 더 이 시간을 살고 싶었다.
열 시쯤 퇴근한 지수가 집에 돌아왔다.
손에 치킨 봉투가 들려있었다.
"오늘 회식 있는데 그냥 나왔어.
오빠랑 애들이 보고 싶더라고."
나는 한참 동안 지수를 바라봤다.
지수도 나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예전엔 지친 얼굴로 말없이 들어와
서로에게 인사만 건넨 뒤 조용히 방에 들어갔겠지만,
요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먼저 말을 건넨다.
눈을 바라보고,
마음을 궁금해하며
서로의 일상을 얘기한다.
우린 거실에 앉아
치킨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별것 아닌 하루의 조각들이
우리를 연결시켜 주었다.
“요즘은 어때?”
지수가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뭔가… 나도 살아 있는 느낌이야.”
내 대답에 지수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너무 일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사는 거 별 거 아니라니깐."
아이를 재우고
지수와 나란히 누웠다.
서로 등을 맞댄 채,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음에 감사했다.
우린 지금,
우리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게 참 괜찮은 삶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