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항공사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승무원이 되는 것은 대학교 2학년 때 캐나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이후로 대학교 졸업 때까지 줄곧 품었던 꿈였습니다. 간절히 원한만큼 처절한 노력 끝에 원하는 항공사에 입사하여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승무원은 입사하고 나면 3개월간의 훈련 기간을 거쳐 몇 가지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비행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 시기에는 서비스 교육뿐만 아니라 국제 매너, 비상탈출 훈련, 안전 실무 등 배우고 테스트 보는 훈련생활을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고생은 고생이 아니구나라고 느낄 만큼 힘든 교육이었습니다. 그 힘든 교육을 마치고 유니폼에 "윙"(교육 수료식 때 진정한 승무원이 되었다는 의미의 받는 비행기 모양의 배지)을 달았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습니다. 그때 다짐합니다.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라고 말이죠.
유니폼의 윙과 명찰
직업에 만족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다 보니 1년이 지나 인턴에서 정직원이 되고 일도 익숙해지고 후배들도 생기니 몸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입사할 때의 기쁨과 다짐은 점점 무뎌지고 현재의 편안함에 만족하여 더 이상 발전을 원하지도 노력도 하지 않게 된 것이었죠.
2년 차 때, 어느 날 휴양지로 비행을 가서 해변가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비행기에서 만났던 꼬마 손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반가워서 인사를 하려는 그때, 그 꼬마 손님이 엄마한테 "엄마~비행기에서 우리 밥 주던 누나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가볍게 그 꼬마 손님과 가족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 '남의 눈에 비치는 나의 일은 그저 밥 주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제가 하는 일이 하찮고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매너리즘에 빠졌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채, 일을 하니 당연히 일이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비행 스케줄에 맞춰 출근은 했지만 자신감이 저하되어 있었고 의욕과 에너지를 잃은 상태였죠
그러던 어느 날 뉴욕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외국인 승객을 만났습니다. 기내식 서비스할 때 스테이크와 쌈밥 중 쌈밥을 선택할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듯하였습니다. 쌈밥을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간단히 알렸습니다. 그 손님은 식사가 끝나고 너무 맛있었다고 고맙다는 인사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별한 일 없는 평범한 비행이었습니다. 운행하는 노선 중 가장 긴 뉴욕의 비행이 거의 끝나감을 기뻐할 때쯤 그 외국인 손님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You are the first Korean I met.(당신은 내가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이 당신이라 행운이라고 하였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잊고 있던 저의 일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말이었습니다. 그저 승객들에게 식사만 주는 것이 나의 업무가 아니라 한국의 첫인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 말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저에게는 익숙하고 평범한 길이지만 승객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모험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고 다시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그 손님을 만난 이후로 저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바뀌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에는 '딜라이터스'라는 특화 서비스를 하는 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옷을 입고 기내에서 짧은 패션쇼를 하는 팀이지요. 의미를 못 찾아 의욕을 상실했던 제가 딜라이터스 팀에 팀에 들어가 한국 전통의상의 미를 알리는 주어진 업무 외의 부가적인 역할을 하며 저의 일에 의미를 더 부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해외에 머무를 때 매너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제가 처음 만나는 한국인일지도 모르니까요.
아이 둘을 낳고 출장이 잦은 일을 지속하기 힘들어 둘째 출산 후 그만두었지만 저의 첫 직장은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최고의 직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이 둘 낳고 키워보니 비행기에서의 식사가 아이들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압니다. 어쩌면 해변가에서 만났던 그 꼬마에게 '밥'이란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고 저는 그것을 전해 준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땐 제가 덜 성숙했던 것 같습니다.
24살의 저에게 승무원이 되었다는 것은 저에게 성공을 의미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그것은 행동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앞서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그 한 장면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알아야 앞으로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변화를 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계획하는 모든 것에는 언제나 불확실한 무언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목표를 달성한 성공이 어떤 모습인지를 정의했다면 이 성공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깁니다.
당신이 왜 그 한 장면을 꿈꾸는지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5 why기법을 이용해서 "왜?"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질문하다 보면 근본적인 이유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앞서 "크고 빛나는 무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고, 청중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모습"의 한 장면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나는 왜 크고 빛나는 무대에서 강의하는 것을 성공으로 보지?
: 왜냐하면 나는 내 지식을 공유하여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기 때문이야
왜 지식을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어?
: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아이디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왜 내가 가진 정보와 아이디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 내가 직접 경험했고 다른 사람들(나의 자녀 포함)도 같은 경험을 해서 변화를 느꼈으면 좋겠어.
왜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통해 변화를 느꼈으면 좋겠어?
: 그래야만 나의 아이디어의 효과가 검증되니까
왜 아이디어의 효과가 검증되어야 해?
: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야
제가 5 why 질문법을 통해 제가 생각한 성공의 가치는 단순히 큰 무대에 서서 강연하는 멋진 모습 이상임을 발견하였습니다. 저는 영향력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과 제 지식의 가치에 대해 믿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한 바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며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제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신뢰를 쌓아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2화의 제가 목표로 삼은 그 한 장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지만 크고 반짝이는 무대는 제가 추구하는 인정과 신뢰를 상징하고 사람들이 저에게 집중하는 모습은 공유하는 것의 가치이며 강의하는 저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의지인 것이죠.
따라서 저의 성공은, 제가 꿈꾼 그 한 장면을 이루는 것은, 제 아이디어에 대한 검증 및 신뢰성 확립하는 것이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입니다. 화려한 개인적인 성취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하는 것이며 우리 아이들(자녀)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을 얻고 목적의식과 만족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목표의 가치가 확립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뚜렷해졌습니다.
목표 뒤에 숨은 깊은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면 목표에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순히 행하던 행동도 목적의식에 의해 의미있는 행동이 됩니다. 상황이나 외부 환경이 변할지라도 노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지 결과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무언가를 향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행동은 더욱 일관되고 실패를 만나더라고 이 실패가 최종 종점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중요한 선택을 할 때에도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때문에 목표의 가치를 기반으로 올바른 결정을 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자기 인식의 2번째 단계는 성공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추구하는 방식을 바꾸고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려면 더 깊이 파고드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앞서 상상해 본 성공한 그 한 장면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행동이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