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커뮤니티 오전 요가반 풍경
요가매트를 어깨에 메고 아파트 커뮤니티 복도를 내달린다.
요가 강습이 오전 9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아침 식탁을 정리하고 집을 나서면 늘 시간이 간당간당하기 때문이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면 항상 강사님은 가부좌로 앉아 명상 중이거나
다리를 앞으로 쭉 펴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앉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다.
내가 들어오면 강사님은 눈을 뜨고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가져간 매트를 자리에 펴며 강사님과 나는 가벼운 스몰토크를 나눈다.
늘 이렇게 비슷했는데, 오늘은 강사님이 매트 위에 대자로 뻗은 채 누워있다.
"어? 벌써 사바아사나예요?"
"네, 지원님 오늘은 사바아사나로 시작할게요~"
"아! 저도 지금 사바아사나가 제일 필요해요! 너무 힘들었어요. 어제 그제..."
요가매트를 깔며 털썩 드러누웠다.
뒤이어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맛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어? 오늘 왜 다들 누워계세요?"
"오늘은 사바아사나로 시작하신데요! 일단 누우세요!"
사장님, 한껏 한숨을 길게 뽑아내더니 매트를 깔고 털썩 드러눕는다.
우리는 잠깐 사바아사나를 하다 여고생처럼 낄낄 웃으며 일어나 스몰토크를 시작했다.
강사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 강아지 접종 때문에 동물병원에 갔는데, 그 덩치 큰 개를 계속 안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자 맛집 사장님이
"고양이 털을 빗겼는데, 우리 집에 고양이가 너무 많으니까... "
사장님이 키우는 고양이가 정확히 몇 마리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세 마리는 넘을 것이다.
나도 한숨을 쉬며 한 마디 보탰다.
"전 동물이 아니라, 사춘기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그 손님 어린이요?"
지난여름방학, 우리 모녀는 두 번 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네네... 말을 안 들어요.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어요. 그렇게 고집을 부려요."
"반려동물 기르세요. 우리 애가 고3이잖아요,
고양이 없었으면 제가 돌아이가 됐을 거예요."
"제가 지금 돌아이예요"
다 함께 깔깔 웃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자, 지금 우리가 함께 요가를 하는 시간만이라도 자신에게 집중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강사님의 멘트와 함께 싱잉볼 소리, 물소리가 시작되며
우리는 매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3초간 들숨 후, 그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골반 위에 척추, 그리고 그 위에 경추. 일렬로 최대한 곧게 폈다.
머릿속이 텅 비어야 하는데, 왠지 비우려고 할수록 더 많은 생각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제 나와 한 시간 넘게 대치하다 결국 눈물을 쏟아버린 막내.
단지 앞에 있는 영어학원에 상담이나 한 번 가보자고 한 게 원인이었다.
자신의 현실을 알게 되는 게 두렵고, 동생들이랑 공부하기 싫다고 했다.
사교육비도 문제다.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큰애의 기숙사비, 생활비까지 적은 비용이
아니다. 거기에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
어제 남편 얼굴이 어두웠는데 회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그냥 흘려보내고, 또 떠오르면 흘려보내고...
그걸 반복하는 것이 명상입니다."
흘려보내고, 흘려보내고... 내뱉는 호흡이 떠오르는 생각을 밖으로 내다 버려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호흡에 집중하며 왠지 공허한 느낌과 함께 내 양쪽 어깨가 중력의 영향을 받은 듯
바닥을 향해 축 떨어졌다. 드디어 명상 끝.
"가슴 앞에 합장, 나마스떼. 자 오늘은... "
강사님이 멘트에 맞게 몸을 접었다가, 늘렸다가, 비틀었다가... 점점 힘든 동작으로 단계를 올리자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하면 뭘 해, 차라리 몸을 움직이며
불안과 두려움을 깜박하는 것,
이렇게 가볍게 넘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지금 나에게 더 유익할 것이다.
요가를 하면 몸매가 예뻐진다고 하던데, 이십 대부터 요가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중년도 늦지 않다. 중년에게도 예쁜 몸매는 필요하다. 아직 옷장엔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한
원피스와 청바지가 있고, 복부비만도 없는 게, 있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요가반의 제일 큰 언니는 60대인데, 나보다 어려운 동작을 척척 해낸다.
초록 스팽글로 번쩍이는 에코백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언니를 보며
요가하는 노년을 꿈꾼다. 그러니까 중년은 요가를 시작하게 딱 좋은 시절...
그래도 좀 일찍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