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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Nov 29. 2023

질투가 나도 질투하지 않는 방법

16. 4월 29일: 질투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4월 29일  


 예은이는 참 이상하다. 왜 수업시간에 영어책을 읽는 거지? 

선생님은 예은이에게 지금은 수업 시간이니 책은 쉬는 시간에 읽으라고 하셨다. 

그래도 예은이는 계속 영어책을 읽는다. 

반대로 쉬는 시간에는 책을 덮고 나랑 논다. 청개구리 예은이다. 

예은이가 읽는 영어책은 두껍고, 그림이 없다. 예은이는 참 대단하다. 

영어 공부를 얼마나 해야 저런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지? 

언니도 5학년 때 저런 책을 읽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언니는 중학생 때 읽었는데 완전 끔찍했다고 한다. 

솔직히 난... 저런 두꺼운 영어책을 평생 읽지 못할지도 모른다. 


왠지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예은이는 ‘급식 먹고 토크쇼’ 멤버다. 하나의 비밀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니까... 친한 친구다. 기분이 나빠지면 안 될 거 같다.         

난 예은이가 수업시간에 영어책을 읽는 이유를 알고 있다. 

바로 칭찬을 받기 위해서다. 심지어 예은이는 엘리베이터에서도 영어책을 읽는다. 

나랑 같이 탔을 때 비숑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아줌마가 예은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 이렇게 두꺼운 원서를 읽는다고? 세상에나!”       


 그럴 때 예은이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분이 좋아진 거다. 

난 예은이의 그런 표정이 싫어서 일부러 딴 데를 본 적도 있다. 

그러니까 예은이는 수업시간에 영어책을 읽는 이유는 선생님한테도 그런 칭찬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그런 예은이를 좋아할 리 없다. 


전에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를 안 하고, 공부를 잘하는 법]이라는 아주 신박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난 언제나 공부를 안 하고,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꼼꼼히 읽어봤다. 

책 내용은 이렇다.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학생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을 열심히 하면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되어 점점 공부가 재미있어진다. 

그러면 억지로 공부하지 않아도 결국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다 읽고 약간 속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수업에 집중할 수 있으면 당연히 공부를 잘하겠지!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인가? 

공부를 안 하고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다. 


그래도 내가 그 책을 통해 알게 된 건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딴짓하는 학생을 좋아하지 않는 거다. 

그게 영어원서를 읽는 고품격 학습활동이라고 해도 말이다.      


“나나야, 예은이가 부러워? 질투나?”

“조금?”

“그럴 필요 없어. 언니는 나나가 부러워.”

“왜?”

“그냥... 언니는 나나가 부러워.”      


언니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질투가 났지만, 그래도 예은이를 미워하지는 않을 거다. 

예은이가 유튜버가 된다 해도 악플을 달 생각도 없다.

그리고 질투를 할 필요도 없다. 난 글을 재밌게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편이니까.   


국어시간에 백록담 선생님이 ‘여름에 있었던 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라고 하셨다. 

나는 작년 여름, 가족과 함께 계곡에 놀러 간 이야기를 썼는데, 

계곡 물에 들어가는 순간을 차가운 푸딩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하자 친구들이 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컵라면을 먹을 때 뜨거운 국물이 입 속으로 들어가 목구멍을 지나 뱃속까지 도착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해 보았다. 주동한과 그 까불이 무리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하던지! 후훗! 

백록담선생님이 엄청나게 감동을 받으시고는 날 ‘박 작가님’이라고 부르셨다. 

기분이 엄청 좋았다. 다른 친구들도 날 좀 질투했을까?  

     

이제 자야겠다. 너무 졸리다. 좀비 꿈만 꾸지 않으면 된다. 좀비 너무 싫어!!     

우리 언니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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