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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Dec 04. 2023

공포의 체육시간

19. 5월 9일: 나쁜 선생님도 있다는 슬픈 현실

이 글은 나나의 그럭저럭 일기 1

([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1 (brunch.co.kr)에 이어 

나나의 그럭저럭 일기 2([연재 브런치북] 나나는 그럭저럭 열두 살 2 (brunch.co.kr)로 

이어지는 일기 형식의 창작 이야기입니다.  

01화 그럭저럭 일기장이란? (brunch.co.kr) 1화부터 읽으시면 좋아요.



5월 9일


 우리는 열두 살이고 담임선생님 이름이 백록담이다. 너무너무 재밌다!


솔직히 나도 선생님을 놀리고 싶다. 장난치고 싶다. 그래도 내가 참을 수 있는 건, 

주동한과 까불이들 덕분이다. 난 기다린다. 주동한과 까불이들이 장난을 시작하길!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시간에 장난을 친다면, 고마워서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어 진다.

        

“백록담 선생님! 혹시 선생님 동생 이름 백두산 맞아요?”

“동한이 어떻게 알았어? 선생님 동생 이름 백두산 맞아요!”      


동한이의 장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 대박! 선생님, 한라산 아니에요? 백록담은 한라산에 있잖아요!”     


으... 이 바보야! 어떻게 동생이 성이 다를 수가 있냐?      


“한라산 동생은 없어요! 자, 이제 수학익힘책 꺼내볼까요?”      


 마녀 할머니 선생님이라면 절대 봐주지 않을 장난이다. 

앞으로 나와 수학문제를 푸는 벌을 내렸을지 모른다.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면 동한이는 교실 뒤에 오래도록 서 있는 벌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백록담 선생님은 그러지 않는다. 백록담 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백록담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슬프다.      

 

세상엔 나쁜 선생님도 있다. 특히, 4학년 담임선생님이 최악이었다. 

여자 아이들을 영악한 존재로 생각하는 마녀 할머니 선생님.

심지어 그 선생님은 내 등을 스물다섯 대 때린 남자아이 편을 드셨다.


"나나는 스물다섯 대를 맞으면서 어떻게 그걸 하나 둘, 셀 수가 있었을까? 거짓말 아니니?"


선생님도 까불이 종족 남자아이에게 등 맞을 기회가 생기신다면, 

아마 저처럼 하나 둘 세시게 될 거예요. 진짜예요, 거짓말 아니라고요!라고 당당하게 대답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난 그냥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다.  



지금 특히 무서운 선생님은 바로 체육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여자라 분명 생리에 대해 아실 텐데, 

왠지 생리를 하는 열두 살 여자 아이들은 싫어하시는 거 같다. 확실히 그렇다! 

생리 때문에 수업 빠지는 게 못마땅하신 걸까? 왠지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된다. 

그리고 오늘 체육시간에 아주아주 엄청난 일이 있었다.      


비가 많이 왔다. 

체육관도 수요일에만 쓸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교실에서 체육 수업을 했다. 

선생님은 교실에 오자마자 칠판에 ‘안전’이라고 쓰시며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 내용을 

배움 노트에 필기하라고 하셨다.        


“여러분, 운동을 하면 다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우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멍이요! 피나는 거요! 코피 나는 거요! 뼈 부러 지는 거요! 


선생님은 더 멋진 말로 바꿔서 칠판에 적으시면서 추가로 ‘이’도 부러질 수 있다고 하셨다. 

‘이빨’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눈치 없는 다정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강냉이 빠지는 거요!!”      


라고 말한 것이다. 갑자기 체육 선생님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친구야, 강냉이가 무슨 뜻인지 아니? 혼내는 거 아니야”     


누가 봐도 혼내는 거다. 하지만 눈치 없는 다정이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답했다.

      

“이빨이요!”      


그러자 선생님은 차가운 표정과 음침한 목소리로      


“그 말을 알면서 왜 강냉이라고 했을까?”      


다정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 생각엔 다정이는 그냥 웃기고 싶었던 거다.   

선생님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자꾸 물어보는 거지? 

다정이는 당황했는지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그 모습은

 “선생님 저한테 왜 그러세요?” 하는 거 같았다. 


까불이들도 조용해졌다. 

책상에 놓인 지우개들도 벌벌 떨고 있는 거 같았다. 

나는 너무너무 무섭고, 당황한 다정이가 불쌍해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교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 근데 왜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거지? 암튼 동화책에 자주 나온 말이니 한 번 써본다!) 


이때 선생님이 다시 한번 다정이에게 물었다.      


“왜 그랬니? 친구야”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 터질 거 같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       


“그냥 웃기려고 그랬나 봐요!”      


바로, 강민이었다! 이렇게 공포스러운 순간 어떻게 저런 용기를 낼 수 있지?   

감동이 밀려왔다. 강민이를 쳐다봤는데, 얼굴에서 빛이 나는 거 같았다.

 



그냥 좀 잘 생긴 아이인 줄 알았는데, 빛이 나다니! 

난 왜 지금까지 강민이를 초장 옆에 있는 밍밍한 브로콜리 같다고 생각했던 거지? 

강민아 미안해, 사과할게! 오늘 넌 정말 최고로 멋졌어!        


“친구야, 너도 입이 있는데 왜 친구한테 대신 말하게 하니?”      


체육선생님이 또 다정에게 질문을 했다. 

그때 동한이와 까불이들도 나섰다.        


“웃.. 기려고 그랬데요 선생님! 흐흐흐”  

“흐흐흐”

“호호호”

“히히히”     


나도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다른 아이들도 작은 웃음소리를 보탰다. 

교실 안을 꽉 채운 팽팽한 긴장감이 조금은 풀리는 거 같았다.  

선생님도 더 이상 다정이를 노려보긴 힘들었을 것이다.       


“알겠어, 친구야!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돼! 중요한 건 인성이야.”      


그저 강냉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게 왜 인성 문제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 

고작 열두 살인 우리들이 선생님에게 이런 끔찍한 공격을 받을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백록담선생님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으실 거다. 

그냥 다 같이 웃으면 될 일이다. 이런 일은 뉴스에 나와야 한다.  

    

“오늘 엄지 초등학교 체육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 수업을 받던 아이들 모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생님이 갑자기 무서워진 이유는 

‘이빨’이라고 대답해야 하는 질문에 ‘강냉이’라고 대답한 학생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함께 수업을 들은 학생을 만나보았습니다!”      


“너무 무서워요. 선생님은 우리를 ‘친구야’라고 부르시거든요 

그 말만 들어도 전 몸이 덜덜 떨릴 거 같아요. 티볼도, 피구도, 다 싫어요!”     


“수업 시간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선생님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엄지초등학교 5학년 5반 박나나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강민이를 향한 다정이의 마음이 더 확실해질 거 같죠?  

 나나 역시 강민이의 멋진 모습에 반한 것 같은데, 어떡하죠?

 과연 강민이는 나나의 예상처럼 수아를 좋아하고 있을까요?  

 엄지초 5학년 5반의 복잡한 러브라인~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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