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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관희 Nov 04. 2020

세월의 묘미

 내가 막 성인이 되었을 무렵, 진심으로 궁금한 행동들이 있었다. 어른들이 나무에 등을 대고 문지르거나 부닥치는 행동, 앞뒤로 손뼉을 마주치면서 산책을 하는 행동, 죄다 운동기구들을 붙잡고선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동작들을 반복하는 행동.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특히 손뼉 치기나 등 부닥치기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기우제를 위해 제사장이 읊어대는 주술과도 같이 건강을 비는 어른들의 염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았다. 마치 음악을 들을 때 리듬감에 맞춰 고개를 끄떡이거나 어깨를 들썩이면 음악에 더욱 심취할 수 있는 것처럼, 운동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 보조역할쯤 되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뭐, 당연히 그 시절엔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십대엔 그 모든 행동들을 따라 해 보았지만 내 몸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나무가 내 등을 쿵쿵 쳐대면 굽어있던 등 근육이 척추를 따라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손뼉을 앞뒤로 마주치면 뻐근했던 날갯죽지에 활력이 솟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활자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만 해도 목에서부터 등과 허리까지 한결 시원해지면서 몸 전체가 나른해진다. 그렇게 윗몸일으키기커녕 멍하니 푸른 하늘만 바라보며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만 들어도 몸과 마음이 힐링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은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삶을 느낄 수 있는 오감이 한층 민감하게 작동하는 것.

생기를 잃어가는 몸뚱이와는 반대로

응축되어 있던 마음속 감각들이 하나둘씩 깨어나는 것.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젊음이 시들어가는 만큼 지혜가 싹을 틔우는 것.     


아직은 어렴풋하지만 세월에도 묘미가 있다면 이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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