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구면

자주 만났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반가워

by 김진성

밝은 파란색 물감을 잔뜩 칠한듯한 고운 하늘과

싸늘한 바람을 피해 입은 따뜻한 외투의 온기가.


기대를 뒤로 한 채 얻어낸 작디작은 결실들과

고요한 등 뒤로 내 이름을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주말의 목을 적시는 차 한 잔과

생각 없이 걸음을 내딛다가 들리는 좋아하는 노래가.


고된 하루를 지나와 깊게 들이마시는 담배 한 모금과

모든 걱정을 작은 주머니에 욱여넣고 마시는 맥주 한잔이.


구면이지만 초면인듯,

오늘따라 유난히 반가울 수 있다면.



keyword
이전 01화삶은 '의연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