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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Jan 11. 2021

10년간 직장생활을 했더니 알게된 것들

처음 회사원이 되어 세상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호기롭기 그지없었다. 많은 경험, 조언을 흡수하며 아등바등 헤쳐나가는 것이 재밌기도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무기가 필요할진대, 나만의 무기를 다듬기 위해 분투했다. 어느새 훌쩍 10년이 지나버린 지금, 속도를 내느라 정신이 없던 그 시간들을 통해 배워낸 것들이 무엇이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1. 모든 것은 변할 수 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것도 변하더라. 나의 꿈, 목표, 호기심, 성향 등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천천히 변해갔다. 어차피 변해버릴 것들에 대한 덧없음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다. 


나의 변화를 주지하고 발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내가 가지는 흥미, 관심에 대해 지켜봐 주지 않으면 어느샌가 기계적으로 일상에 젖어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변화를 발견한 뒤에는 과감한 판단과 행동력이 필요하다. 



2. 정답은 없다.

사회생활에도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으로 입시 학업의 결과물다운 발상이지. 다수의 의견에 의지하기도 하고, 선배의 경험을 쫓아가기도 해 봤지만 결국 정답은 없었다. 30대가 된 이후 너무나도 각양각색의 인생이 나와 주변인들에게 펼쳐졌다. 아무리 올바른 판단도 사람의 기질과 성향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었고,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 또한 제각기 인생의 사이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정답을 찾고, 그 정답에 동그라미를 받는 삶에 익숙했던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대체 정답이 없으면 문제를 어떻게 풀라는 거지? 그래도 정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답안지를 찾아다녔지만, 


인생은 채점이 필요한 시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러고 난 뒤엔 훨씬 홀가분해졌다. 나만의 이야기를, 나만의 길을 써 내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새로운 즐거움으로 찾아왔다. 



3. 취업은 끝이 아니라, 몇십 년짜리 달리기의 시작이다.

정말 슬픈 이야기다. 취업하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이제 시작이라니. 하지만, 조금은 그 시작을 즐겨도 될 것이다. 이 시작은 학교 생활처럼 몇 년 안에 끝나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반도 못 온 산자락을 걷는 느낌이다. 


인생은 장기 레이스라는 얘기가 학창 시절엔 그리 와 닿지 않았다. 졸업이라는 마무리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패턴에 익숙했다. 사회에 진출한 이후 그런 의식행사는 사라졌다. 나만의 페이스와 주기를 가지고 이 레이스를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지친 나를 먼저 다독거려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사회생활도 학교생활처럼  높은 학점 받고, 스펙 쌓으면 수월하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의 룰은 그렇지 않았다. 이 시작에 걸맞은 나만의 마음가짐과 목표를 가꾸어 나가는데 나는 아마도 지난 10년을 모두 쓰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지난 10년은, 앞으로의 몇십 년을 어떻게 달려 나가야 할지
나만의 체질과 호흡, 테크닉을 파악하는데 쓴 시간이었지 싶다. 



4. 성실함도 무기가 될 수 있다.

개성 넘치고 화려한 사람들은 때때로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나는 왜 그런 독특함과 뚜렷함을 가지지 못할까 생각하는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성실함은 이 장기 레이스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화려함은 쉽게 사라지기도 했고, 뚜렷한 개성은 유행과 함께 지나가버리기도 했다. 그 변화의 과정을 묵묵히 지켜내며 최선과 책임을 다하는 성실함은 장기 레이스에서 유독 빛이 나는 덕목이었다. 


이 평범함이,
결코 쉽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비범함이었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5. 성공과 실패 역시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내가 상상하던 그 장면을 마주하는 것은 인생에서 큰 마일스톤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런 마일스톤을 가지고 난 뒤 깨닫게 되는 것은, 그것이 성공의 장면이든 실패의 장면이든 흘러가버린다는 것이다. 때때로 이 명제는 나에게 허무함과 무서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렇게 가지고 싶어 안달 냈던 목표와 성과도, 쥐고 나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어떤 것이었다는 사실이 날 허무하게 했다. 


결국 성공이라는 것도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고,
나는 끊임없이 달려 나갈 이유를 발견해내야 했다.


성공과 실패는, 완주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어떤 장면이지 종착지가 될 수 없었다. 이 레이스는 완주 그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시 오지 않을 기쁨과 환희의 순간인지도 모르고,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달려 나가려고만 하는 속성이 있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것,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충분히 만끽하고 다시 달릴 채비를 해도 늦지 않는다. 



6. 이상한 사람들은 끝이 없다.

처음엔 이상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어떻게 이 조직에 이런 사람이 합류하게 되었을까? 내가 얼마나 더 성장하고 나아지면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없는 조직에서 일할 수 있을까? 정말 어리석고 오만한 생각이었다. 인간은 원래 어느정도는 다 이상하고, 우리는 사회생활의 상당한 시간을 이 이상함을 상대하며 보내야 한다. 그 이상함이 디폴트 값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그 이상함을 마주하는 것이 쉽고 간단치 않다. 다만, 이제는 그것을 억지로 통제하거나 해결하려고 지나친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었다. 


이 사고의 전환은
나와 내게 소중한 것들을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지나고 나니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들로만 보인다. 10년 전에는 결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명제들이 이제는 하나의 개념과 철학으로 내게 존재하게 되었다. 지금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10년 뒤 또 얼마나 새로운 깨우침으로 내게 다가오게 될까. 


이제는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 조금은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나에게 여유와 이해라는
새로운 동력과 테크닉으로 자리 잡게 되길 소망한다. 


서른 즈음에는, 사회초년생 즈음에는 결코 가질 수 없던 그것들을 곁에 둘 수 있는, 지금의 나이와 성장을 나는 애정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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