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물킴 May 17. 2021

퇴사 후 전 직장 동료를 만날 때 주의점

대체로 주변인들에게 고민상담을 해줄 땐, 퇴사를 말리는 편이지만. 일단 결심하고 행동한 사람에겐 지지와 격려, 그리고 몇 가지 간단한 노하우와 주의점 전수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퇴사라는 것은 때때로 감정적인 마음가짐, 이를테면 굉장히 대단한 것을 한 것 같은 기분이나, 상당히 올바른 선택을 것 같은 기분을 들게한다. 하지만 퇴사를 하는 당사자를 바라보는 전 직장의 동료 들 비슷한 감정 동요 속에서 고요함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1. 퇴사를 결정했으면 더 이상 떠나온 회사를 욕하지 말자.

짧게 일했든, 길게 일했든 본인의 선택과 판단에 의해 사라지지 않는 커리어가 될 회사 경력이다. 퇴사를 하는 순간 나의 꼬리표가 된다는 뜻이다. 회사에 함께 몸 담아 고군분투를 하면서 동료들과 회사의 단점을 나누는 것과, 퇴사를 결정한 사람이 회사의 단점을 늘어놓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퇴사는 종료를 의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퇴사를 결정하고, 공표하는 순간
우리의 머리와 다짐은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한다.


여전히 떠날, 떠나온 회사를 욕하며 과거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온전히 미래에 나 자신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2. 전 직장의 사사로운 에피소드로부터 관심을 끄자.

회사를 다니는 큰 재미 중의 한 가지는 회사가 작거나 크거나 때로는 요란하고, 때로는 복잡한 인간계 구경이다. 어찌나 첨예하고, 어찌나 다이내믹한지. 전 직장을 함께 다닐 때만 해도 퇴사자 역시 직/간접적인 당사자였겠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떠나보낼 때가 된 것이다.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어젠다들로 자신의 관심사를 채울 수 있어야 하고, 그 어젠다들이 퇴사자를 정의해 줄 새로운 정체성이 될 것이다.


사사로운 감정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을 것인가,
결심에 걸맞은 새로운 자극들로 내 삶을 채울 것인가.


전 직장 동료가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눌 수 있다면 퇴사 후에도 관계는 지속될 것이고, 나눌 수 없다면 전 직장의 아름다웠던 동료로 남게 될 것이다. 떠나갈 사람들은 기꺼이 보내주고, 새로이 맞이할 사람들을 반가워하자.



3. 전 직장에서 떠도는 나의 얘기를 신경 쓰지 말자.

나는 이별을 선택한 사람이고, 전 직장 동료는 잔류를 선택한 사람이다. (퇴사를 하고 싶어 했더라도 아직 안 했으면 잔류자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려 애를 쓴다. 그것은 퇴사를 한 나도, 잔류를 한 동료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믿기 위해 온갖 정보와 예시를 수집한다.

흔히 퇴사자는 죄인이 된다고 하는데, 어떤 면에서 그것은 자연스러운 조직 생존의 생리다. 사람이 떠나가도 회사는 보란 듯이 잘 굴러간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 대체자를 찾아서 띄워줄 수도 있고, 퇴사자의 기존 성과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남겨진 사람들이 동요 없이, 공백 없이 하던 일을 계속 잘하게 만드는 것이 조직을 선택한 사람들의 미션이다.


조직을 공고히 만들기 위해선 공공의 적을 세팅하거나, 자신의 선택이 올바르다고 서로를 격려하는 방법들이 아주 쉽고 간단하다. 퇴사자는 좋은 소재거리가 될 수 있기에, 공적으로 언급하기 좋은 '퇴사 이유'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두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퇴사 이유는, 퇴사 후 어떤 방식으로 나를 언급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안이다.


중요한 것은 퇴사 후 보여줄
나의 행보와 성과임을 잊지 말고, 내 삶으로 돌아오자.


이미 떠나 온 곳에서 떠도는 말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을뿐더러,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4.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주의하자.

사람은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 있고, 조직 생활은 부여된 역할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달라지게 만든다. 함께 회사생활을 했을 때 비슷한 컨디션이었다 해도, 내가 퇴사 후 내 삶을 사는 동안 동료도 그들의 삶을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사람은 여전히 좋은 사람이어도, 회사생활을 임하는 입장은 달라졌을 수 있다. 동료의 선택을 존중하고, 나 역시 그들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 직장 동료를 의심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을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 채
안 해도 되는 이야기를 술술 하고 있는
내 입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5. 전 직장 동료와 나눈 얘기는 어디로든, 누구에게든 흘러갈 수 있다.

퇴사를 했다는 것은 (동종업계 이직이 아닌 이상) 몸담고 있던 영역에서 떠나갔음을 의미하고, 이는 그 안에서 맺었던 관계에도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직/간접적인 관여자가 아닌 신분이 된다는 뜻이다. 이 것이 전 직장 동료를 만나는 데 있어서 서로 편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들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때문에 내가 하는 모든 얘기들 역시 그들에게 '남 얘기'처럼 흘러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퇴사 후 벌어지고 있는
나의 공적인 이야기부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까지.
업계를 떠나 이제는 상관없어진 어떤 사람에 대한
'남 얘기'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그 이야기들이 흘러가게 만든 동료를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흘러들어 가도 문제없는 이야기만 알아서 걸러내는 것이 전 직장동료와의 관계를 건강히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살면서 퇴사 한번 안 해보고 평생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서툰 처음이 있는지라, 실수를 하며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퇴사, 전 직장동료와의 관계 등은 한두 번의 실수가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기에, 굳이 내가 했던 실수들을 남들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싶은 생각도 있다. 모쪼록 누군가에겐 참고할만한 경험담이길.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회사원은 정말 현대판 노예일까? (brunch.co.kr)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의미 (brunch.co.kr)

꿈을 이룬 뒤 찾아오는 절망감에 대하여 (brunch.co.kr)
더 행복해질 수 있는 5가지 생각법 (brunch.co.kr)

10년간 직장생활을 했더니 알게 된 것들 (brunch.co.kr)

퇴사를 하고, 월급보다 많이 벌어보았다. (brunch.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