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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Jul 28. 2020

관상은 과학이다

얼굴의 특징으로 성격과 도덕적 성향을 알아보는 방법

얼굴의 생김새로 인간의 도덕과 운명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선천적 외형으로 인간을 판단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대학 시절 한 여자 선배는 술에 취하면 날 왜 이렇게 못생기게 낳았느냐며 울부짖곤 했다. 우리 심정도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 외모 때문에 울고 웃었다. 분명 외모는 인생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였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우리는 잘생긴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심성 또한 착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추하게 생긴 사람을 보면 악덕한 인물일 것 같은 기분에 빠졌다. 그 원초적 감정을 꼭 부정해야 할까? 예술을 보자. 화가들은 얼굴을 모르는 옛 영웅의 초상화를 그릴 때 항상 그를 인자하고 용맹한 얼굴로 묘사했다. 못생기게 표현한 경우는 그가 못생긴 거로 이름이 나 있을 때뿐이었다. 유럽에서는 소크라테스와 이솝을, 아시아에서는 봉추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인간의 숭배 대상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의 추악함을 두고 다가올 대변혁의 전조이자 징후라고 떠들어 댔던 아방가르드 선동가들조차도 그림을 팔아먹은 돈으로는 얼굴이 아름다운 애인을 골랐다.


이전에 헤겔이라는 독일의 얼빠진 공상 철학자가 <정신현상학>이라는 책에서 골상학을 비난하며 인간의 힘은 머리뼈의 생김새가 아니라 정신 활동에서 나온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가 지금 어떤 취급을 받는지 보라. 헤겔이라는 이름은 아무도 찾지 않는 철학 연구소에서나 간간이 쓰이고, <정신 현상학>은 고문서 수집가조차 서가 어디에 꽂아 뒀는지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에 반해 미개인과 유색인종의 얼굴에 죄인들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고 설명한 체사레 롬브로소는 범죄 인류학의 창시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위대한 음악가 바그너는 유대인의 외모에서 일체의 예술 작품도 생산할 수 없는 근원적 미개성을 발견했고, 박식한 셀티쿠스 박사는 자신의 소박한 책자에 유대인의 19가지 신체적 결함을 설명한 바 있다. 이 모두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계셨던 대총통을 굳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신체의 아름다움을 흠모했던 그분의 애정을, 유대인의 굽은 다리를 혐오했던 그분의 완벽성을 누구나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영화 <장고>를 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손에 쥐고 있던 망치로 흑인 머리통을 깨부순 뒤 머리뼈에 새겨져 있는 게으름뱅이의 흔적을 확인하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이 나온다. 골상학의 위대함을 드높인 이 영화가 그해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이런 사례가 있음에도 관상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우리가 태곳적부터 지녀왔던 본능을 기만하는 일이다. 오늘날 성행하고 있는 성형 수술을 보라. 단순히 미적 욕망에서 이 수술을 받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 수술로 자신의 균형 잡히지 않은 외모가 드러내는 추악하고 비도덕적인 결점을, 그 결점이 추동하는 어긋난 운명을 바로잡는다. 우리는 못생긴 얼굴에서 사악하고 비뚤어진 도덕성, 게으르고 나태한 천박성을 발견한다. 누가 그런 걸 겉에 보이고 싶겠는가? 인간의 성격이 외모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믿는 인간은 자신의 저열한 통찰력을 드러내 보일 뿐이다. 통찰력이 떨어지는 인간일수록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외모와 도덕성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적이자 윤리적인 통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먹는 일과 똑같다. 배가 부르면 그만이라고 믿는 야만족은 절대 미식가가 될 수 없다. 신은 우리에게 음식을 보냈으나 악마는 우리에게 요리사를 보냈다고 믿는 이 야만족들은 최초의 미식가인 브리야사바랭의 말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위대한 브리야사바랭은 "그대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려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려주겠다."라고 말했으니, 이제 나는 "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려주겠다."라고 말한다. 자, 우리는 우수한 유전자를 지녔다. 그래서 옆 사람의 얼굴을 힐끗 보기만 해도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다음 같은 사람을 주의하라. 두 눈 사이가 좁은 사람은 욕심이 많고 경쟁심이 강하다. 반면 두 눈 사이가 먼 사람은 흐리멍덩하고 우유부단하다. 코가 큰 사람은 성미가 급하고 뽐내기를 좋아한다. 그에 반해 코가 낮은 사람은 게으르고 자존감이 낮다. 이탈리아 소설가 프란체스코 마스트리아니가 말한 바대로 목소리가 거칠고 맑지 않은 여자를 주의하라. 그녀는 매춘부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눈동자까지 회색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녀는 확실하게 매춘부이고 아직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여자와의 결혼은 피하라. 머리카락 숱이 많다면 주의하라. 탐욕스럽고 불결한 종족인 유대인들의 특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머리숱이 적다면 주의하라. 메리 셸리가 역겹고 추악한 프랑켄슈타인을 꼭 그렇게 묘사했다. 그런 남자와 결혼하면 매일 밤이 악몽으로 느껴질 것이다. 쌍꺼풀이 있으면 사치스럽고 우유부단하며 머리가 나쁘다. 쌍꺼풀이 없으면 고리타분하고 인색하며 독단적이다. 이마가 넓으면 바람기가 다분하고 가난하다. 이마가 좁으면 매사에 의심이 가득하고 돈을 껴안은 채 죽는다. 눈썹이 높고 둥글면 어리석어서 지능이 당나귀와 비슷하다. 실제로 당나귀의 눈썹이 그렇게 생겼다. 모두가 알고 있듯 비슷하면 닮는 법이다. 반대로 눈썹이 낮고 직선이면 자만심이 강하고 포악하다.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싶지만 양이 너무나 방대하여 다 적을 수가 없다. 관상학의 세계는 아주 심오하여 눈매 하나만으로도 인간의 성격을 스무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중세 점성술이나 동양의 사주팔자 같은 근본 없는 유사과학과는 비교도 하지 마시라. 그러니 관상에 관심 있는 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석론 전서>, 조반 바티스타의 <인간 관상학>, 특히 스위스 의사 라바터의 <인상학>을 참고하기 바란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그의 저서를 예찬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어떻게 묘사했는지 보라. 주의해야 할 책도 있다. <순자>라는 중국의 고서에는 마음과 행동 규범만 훌륭하면 외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헛소리가 쓰여 있다. 그런 책을 읽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테지만 중국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아이들 교과서에 수록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 특히 미셸 푸코라는 프랑스인이 쓴 모든 책을 멀리하라. 우리는 대대로 전해지는 비전으로 인간의 얼굴과 몸에 새겨져 있는 은밀한 형태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는 이런 방식을 무자비한 낙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그는 대머리에다 동성애자였다.


인간은 생긴 대로 논다. 그러니 관상은 과학이 될 수밖에 없다. 포털 사이트에 댓글을 남기는 많은 현명한 사람들이 지금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니 잘 기억해 두라. 관상은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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