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족을 선택한 당신 멋지다.

by 천정은

사람들은 함께, 우리, 공동체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가 없으면 왕따라고 표현하고, 직장 다닐 때는 동료가 없으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는다.

조직에, 어느 무리에 끼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에 살다 보니 어디든지 끼어야만 한다.

나 역시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기 5명이 있었지만, 다른 병동에서 일하며 스케줄 근무를 하다 보니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응급실은 다른 건물에 있다 보니 병원에서 동기들을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병원의 세계는 태움과 버팀의 연속이라, 하루하루 견디며 시간을 보냈다.

집에 와서 가끔 동기들과 전화로 위로받곤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다들 힘들고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윗 선배들은 동기모임, 선배 모임이라며 자기들만의 든든한 백을 자랑삼곤 했다.

그에 반해 나는 동기 모임도 선배 모임도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자, 은근히 재는 왕따 아냐? 라며 뒷말을 듣기도 했다.

동기 모임 안 가면 왕따인가요? 라며 속내를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사회의 눈과 직장의 눈을 위해서라도 어디든지 끼여서 살아야만 했다.

요즘 대한민국에는 나 홀로 족이 많다.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새롭게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단, 나의 행복을 찾기 위한 나 홀로 족들은 오늘도 나를 위해 살아간다.

회사원 k 씨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금요일만 되면 술 한잔 하자는 동료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동료들과 뭔가를 해야 하며,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주말에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자신이 총무를 맡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많고, 모임에 빠지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고 한다.

어느 순간, 인간관계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k 씨는 나 홀로 족을 선택했다.

혼자서 책 보고, 영화 보고 혼술 혼밥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일종의 재충전을 함으로써,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를 탈피하기로 한 것이다.

특허청이 최근 5년간 가정간편식(손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식재료를 가공·조리해 포장한 즉석식품 등) 분야의 상표 출원 현황을 분석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를 겨냥한 식품의 상표 출원이 크게 늘었다.

대표적인 간편식인 즉석밥의 상표 출원은 지난 2013년 43건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285건으로, 5년 사이 6배 넘게 증가했다. 조리된 피자, 수프도 같은 기간 각각 2건에서 75건, 1건에서 140건으로 크게 늘었다.‘혼술’ ‘혼밥’ ‘홀로’ ‘혼자’ 등의 단어가 들어간 브랜드명도 2013년 17건, 2015년 31건, 2017년 45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 대형마트의 지난해 디저트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올랐다. 사회 변화의 흐름에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경제 분야의 이런 수치는 ‘나 홀로 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혼밥, 혼술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혼영’ ‘혼행’ 등 나 홀로족의 활동을 이르는 다양한 조어(造語)들이 여기저기서 애용된다. 혼자 디저트를 즐기는 ‘혼디족’이란 단어가 회자되기도 한다.

조병희 서울대 교수 등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를 토대로 지난해 발간한 책 ‘아픈 사회를 넘어’에서 한국인의 ‘개인적 스트레스’는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41.4%), ‘직장 스트레스’는 ‘인간관계’(30.2%)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를 담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나 홀로 족을 선택하며 자유와, 나만의 행복을 찾는 이가 급증하고 있다.

3년 차 취업준비생인 강모(29)씨는 나름 대학교 때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면접만 보면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며 답답해했다.

그나마 가족들은 왜 취업이 안 되냐며 자신의 마음보단 취업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동기나 선후배들은 자신을 위로하기는커녕 직장 생활의 어려움만 토로하다 보니 자격지심만 생긴다고 했다.

자신도 직장이라도 들어가 보면 좋겠건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지도 모르는 채 주위에서는 직장생활 힘들다, 직장에서 만난 상사가 최악이다. 며 온통 직장과 관련된 얘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언젠 부턴가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는 게 생존전략처럼 돼버렸다.

몇 년 전부터 회자된 관태기 (인맥의 유지나 관리에 피로감이나 회의감을 느끼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는 상태)나, 인맥 다이어트 (인맥과 다이어트의 합성어 변잡한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나 바쁜 생활 때문에 의도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행위)등은 이제 신조어라고 하기 어색할 정도로 일상화되었다.

2018년 한국인의 화두 중 하나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단어도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에는 ‘오캄’이라는 말이 있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요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의미한다. 스웨덴의 ‘라곰’은 화려한 장식으로 집 안을 꾸미기보다는 창가에 작은 화초를 키우는 등의 방식으로 소박하게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휘게’는 따뜻한 장작불 옆에서 핫 초콜릿을 마시는 기분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덴마크어다. 모두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찰나의 순간에 집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만에서는 한 매체가 ‘10대 소확행’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푼돈 벌기 ’, ‘맛있는 음식 먹기 ’,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 ‘늦잠 자고 깨우는 사람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 ‘친구로부터 안부를 묻는 연락 ’, ‘친구와의 여행 ’, ‘좋은 책, 음악 감상 ’, ‘오랜 친구와의 가벼운 술자리 ’, ‘가성비 좋은 물건 사기 ’, ‘샤워로 힘든 하루 마무리’가 그것이다. 일본에는 ‘이키가 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비결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삶의 목표를 직업적 성공이나 높은 소득을 얻는 것에 두지 않고 일상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작은 이벤트를 가치 있게 여기는 생활 태도로 해석된다. 켄 모기라는 뇌 과학자는 자신의 책 ‘이키가 이’에서 이를 “일본의 전통문화와 일본인의 삶 속에 깊이 스며 있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바라보기,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커피 한 잔 마시기, 신선한 과일 챙겨 먹기처럼 지극히 사소한 일들이 삶을 기쁘고 보람되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며, 남의 기분에 맞추는 삶을 택한 대신,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달려야 한다.

일부러 관계를 맺고, 일부러 맞춰주는 삶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인생을 그렇게 살아야 훗날 후회와 미련이 그나마 남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직도 나 홀로 족을 선택하지 못해서 이곳저곳 억지로 모임에 참여하고, 휴식기 없이 살고 있지는 않는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보자.

세상을 내 위주로 돌아가도록 나만의 행복을 찾아보자.

나 홀로 족을 선택하며 소확행을 선택한 그들의 용기를 닮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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