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 소멸을 겪는다.
남편은 원래 성실한 사람이었고
난 너무 평범하게 학창 시절을 보내서였는지 대학교 때 사춘기가 왔다. 그 좋아하던 책도 그 시절 한 권 읽을까 말까 하며 즐거운 어른 놀이에 집중했다.
그 후 정신 차린 나는 공부에 일에 육아까지 병행하며 24시간을 초단위로 쪼깨서 생활하였고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했다 싶을 30대의 터널을 지나왔다. 물론 육아를 친정 부모님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에 가능했던 것 같다.
여행은 자주 다녔다. 아이들 위해서라도 가족끼리 때론 지인들과 함께 캠핑도 여행도 자주 다녔다. 여행으로 인한 지출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사치 없이 검소한 생활로 약간의 궁핍과 곤궁이 생활 저변에 깔려 있었다.
좋은 가방 따윈 관심이 없는 건지 못 사는 건지 모르겠으나 하나도 없고 맞벌이까지 하며 열심히 살아온 덕에 이제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살고 있는 40대 중반이 되었다.
20대에 E에너지는 거의 다 쓰고 이제 E 인지 I지도 모를 중간형 인간이 되었다. 즐기던 음주는 간의 한계를 젊은 시절 제대로 맛본 후 즐기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되었으니 유흥비에 지출도 거의 없는 편이다.
숨만 쉬어도 피로한 저질 체력 덕에 반려견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 한 권이 퇴근을 재촉하는 이유가 되었다. 아들들에게는 종종 엄마는 친구가 없냐느니? 왕따냐느니? 소리를 듣고 사는 중이다.
대출은 있지만 위치 좋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어도 노후 정도야 안 되면 집 팔아 쓸 생각으로 사실 좀 든든하기도 했다.
이제 좀 현금 만져보고 사나 했는데 40살의 사 년이 지났는데도 생활이 나아지는 게 없고 대출이자가 자꾸 펑크가 난다.
맞벌이를 한다 해도 이렇게 매달 쪼들리는 사람들이 비단 나뿐이겠냐 만은 월급이 손에 쥔 모래알처럼 사라지고 없을 땐 세상 허무 해진다.
매달 25일 남편과 내 월급날이다.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고 나는 프리랜서 강사 와 학원 매니저를 병행하고 있다. 내 일은 일년씩 계약을 하기에 일년 동안은 고정적 월급을 받는다.
25일은 한달 중 문자 알림이 가장 번질나게 울려되는 날이기도 하다. 수십통의 문자 알림은 모두 월급이 강탈되는 소리이다.
월급은 다음날이면 바닥을 보인다.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 보기도 여러번 했지만 다음 달 월급은 또 사람 놀리듯 추파만 던지고 사라진다.
그래도 맞벌인데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걸까?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 심리랄까?나도 조금 더 여유 있게 살고 싶은데 현실은 쉽지 않은 쪽으로 흘러간다.
수입과 지출의 갭이 있다면 월급들의 소멸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40대가 되니 돈이 전보다 많이 필요해진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