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옷에 그리 관심이 없었다. 나 역시 금방 자라는 아이들에게 굳이 비싼 옷을 사 줘 뭐 하겠나 싶어 이월 상품이나 대형마트 속 주니어 매장을 주로 이용했었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얻어 입히든 사서 입히든 주는 대로 입고 다녔다. 특히 둘째는 첫째의 작아진 옷은 물론 동네 이웃 형아들의 작아진 옷까지 물려받아 옷 값 절약에 큰 공을 세웠었다.
그놈의 사춘기가 뭔지
아들들은 어느 날부터천편일륜 적인 사춘기 패션을 적극적으로 따라가고자 노력했다.
이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툭툭던지는 말투와 싸늘한 눈빛을 내게 쏘며 본인이 사춘기가 왔음을 필터링 없이 보여주면서도 옷은 사달란다.
그래 낳은게 죄지..
다시 무를 수도 없는 인생 최대 비가역적 난제인 이 자식 놈의 의식주는 책임져 준다는 심정으로
백화점으로 향해 간다.
홈플**가자니 죽어도 싫단다.
하지만 사춘기 자식을 잘못 건드리면 낭패를 볼 수 있는지라 꾹 참는다. 명절선물로 양말 사러 갈 때 아니면 갈 일도 없는 백화점을 아들 덕에 가다니 이런 감개무량할 때가..
아들이 패딩을 하나 고른다. 무의적으로 평소 하던 습관이 자동으로 나온다. 나는 옷 뒤쪽 택을 더듬더듬 찾아 흘깃 가격을 본다.
'뜨아 36만 원!!!'
바지도 고른다. 15만 원
나는 살짝 점원을 본다. 이 정도야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합리적 소비를 위해 소비자라면 할 수 있는 질문을 당당하게해 본다.
'세일은 안 해요?'
아쉽게도 세일도 안 한다.
나는 무척이나 마음이 떨린다. 이 자식 놈이 티까지 사달라면 어떡하지?
내 지갑 사정을 얘기하면 살살 달래서 일단 티는 다음번에 사기로 한다.
이제 나이* 매장으로 간다. 이 브랜드 로고는 사춘기의 상징이다. 옷이며 신발이며 이 브랜드 제품을 하나 이상 갖고 있지 않은 아이가 없다.
하얀 에어** 디자인을 을 고르고 만족 해 하는 자식 놈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야 맞지 싶어 웃어 보았다.
집에 돌아오니 앞 머리가 눈을 덮고 있는 또 한 명의 사람 자식이 자기 점퍼는 언제사주냐고 묻는다.
인생 참 쉬운 게 없다.
마라탕에 중독된 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마라탕을 먹고자 했다.
마라탕은 자기가 원하는 재료를 담으면요리해 주는 음식이라 무턱대고 담았다가는 그 가격에 놀라고 만다.이 마라탕을 아들은 한번 먹을 때마다 2만 원 이상의 지출을 감내하면서까지 먹어대니
지 용돈이 남아나질 않는다.
돈 아끼느라 두 번에 한번 정도는 살살 달래서 집밥을 먹이긴 하지만 한창 먹을 사춘기에 아예 안 사주는 것도 부모 된 입장에서 못할 짓인 것 같아 몇 번 사주긴 한다.
마라탕에 후식 탕후루까지 먹는 날이면 허리가 휜다.
누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만 봐도 배부르고 좋다고 했나?
그 밥은 분명 집밥 일 것이다.
그리고 남편과 나는외식이하고 싶은 날이면 8000원짜리 한식 뷔페로 향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잠이야 뭐 내 사는 집 지방에 포근한 이불 철철 마다 바꿔 깔아 주며 재워주고 방세는 내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