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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Nov 19. 2023

최초의 타인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은 퇴근 후에도 할 일을 하느라 바쁘셨다.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보셨고 어머니는 늘 잔업을 가져오셨다. 그런 어머니의 일을 도와 함께 수작업을 자주 하곤 했다. 그 당시 눈으로 바라본 어머니는 웃는 얼굴에 천사같이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인데 사랑을 못 받고 지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음에도 아이의 눈으로는 조금의 애정을 느꼈나 보다.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이 붙고 나서야 슬픈 유년기를 보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되기까지의 내 인생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걸. 누구나 그럴 것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다사다난한 인생이었다는 깨달음과 ‘나라는 사람 참 힘든 인생을 살아왔구나.’라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어머니에 대한 회고를 담은 책 『한 여자』는 한 칼럼니스트의 마음 깊숙한 곳을 수차례 찌른다. 엄마를 떠올리면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이에게 ‘어머니’를 다룬 책만큼이나 가슴 저린 책이 있을까. 나에게 어머니란 사실 마음에 조금의 흔들림도 주지 않는 주제이다. 최초의 타인인 어머니가 어째서 나에겐 이렇게 무덤덤한 존재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자식과 부모가 이어질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사랑이라고 본다. 자식을 키우면서 그 부분을 더 강력하게 느끼고 있다. 아무리 자식을 위한다는 말로 관계를 틀에 가두려 해도 사랑 없이는 지속될 리 없고 제대로 된 관계가 형성될 리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27살에 나를 낳으셨고 나 또한 같은 이에 아이를 낳았다.      

그런 나는 잠시 어머니의 삶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측은지심 같은 마음이 일어나기도 했다. 참 고생 많이 하셨구나, 우리를 위해 힘든 삶을 살아내셨구나. 그녀의 삶을 공감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어머니의 삶이 더 이상 자식으로 힘든 일 없이 행복하시길 바라면서 응원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는 집처럼 이제야 알콩달콩한 어머니와의 데이트를 노력한다거나 이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마음은 없다.    

 

그녀가 나의 최초의 타인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거리를 유지하며 나는 나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어머니를 책으로 비유하자면 ‘드문드문 찢긴 책’이랄까? 내 기억 속에서 찢겨 버린 그 책을 읽어본다.



Image by Willfried Wend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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