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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Nov 21. 2023

모든 사랑은 아름다우니까

우린 때때로 누군가를 사랑할 때 모든 걸 내어주게 된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하고 내가 줄 수 있는 많은 것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그런 때가 있었다. 그 사람을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세상이 하나로만 보이던 때가.     


햇살 좋은 어느 봄, 처음 그를 만나러 나가던 날 못나 보이는 곳은 없는지 철저하게 거울을 들여다본 후 약속 장소로 향했다.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뒤에서 빛이 났다. 얼핏 봐도 만나기 어렵다는 이상형과 가까웠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쑥스러움에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허공에다 눈을 응시하며 웃기만 했다.     

카페에 들어가 한참 수다를 떨었는데, 대화가 그렇게 잘 통했다. 무슨 말이든 주고받을 수 있었고 이야기보따리에 가득 찼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잘 맞는 사람도 있구나’ 저절로 함박웃음이 나왔다. 봄이었지만 여름처럼 햇볕이 너무 뜨거운 날, 함께 걸으니 마냥 좋았다. 사랑이었다.     


사랑에 빠지면 한 사람만 보이고 내 세계는 오로지 그 사람으로 채워진다. 그 사람의 삶이 온전히 내게 들어와 내 삶을 젖히고 채우기 시작한다. 봄은 달콤했고 겨울은 마주 잡은 두 손에 온기로 따뜻했다. 눈을 지그시 바라볼 때면 그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에 서로의 우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전부가 되려고 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그 욕심에 지쳐갔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 세상이 하나로만 된다는 건 꽤 위험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서로에게 반쪽이 되어야 아슬아슬한 모든 감정을 위태롭지 않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시소가 양쪽에 중심을 잘 잡아야만 평행을 유지하는 것처럼. 하지만 어떠한 사랑도 영원하진 않다는 내 생각은 여전히 같다. 시소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누군가는 내려간다. 그렇게 사랑도 끝이 나는 지점이 생긴다.      


사랑은 여전히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순간에 진정 사랑했노라고 말할 수 있다면 사랑일 테지. 모든 걸 내어주는 사랑이든, 평행을 유지하는 사랑이든 아니면 처음부터 어느 한쪽으로 기운 사랑이든 상관없다.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표현하고 애정하는 모든 관계가 좋다. 사랑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순간순간 그 찰나가 아름다우니까.



Image by StockSnap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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