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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힐링되는 이탈리아 친퀘테레

반백살 싱글언니 시간여행 (14)

불편하지만 힐링되는 친퀘테레

여유를 가져다준 친퀘테레 작은 마을 리오마조레


1년 전 오늘, 폭우가 내리던 전날과는 달리 이 날은 선물과 같은 날이었다. 눈을 떠 창문을 열었을 때는 날씨가 흐렸지만 전날 비 맞은 생쥐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 것과 비교하면 창 밖 풍경은 그냥 선물이었다.

20221116_100000.jpg 친퀘테레 마나롤라 숙소 창 밖 풍경

이 날 만큼은 숙소가 있던 마나롤레의 옆동네를 기차 없이 그냥 절벽산을 넘어 걸어가려 했다. 이 날 내가 가려고 했던 산동네는 친퀘테레의 또 하나의 해안절벽 마을 리오마조레였다. 걸어서 1시간이면 갈 수 있을 거리라고 생각했기에 기차역으로 가지 않고 숙소 대문 앞에서 반대 방향 오르막 골목길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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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마조레로 가는 길


비도 오지 않고 햇빛도 강하지 않고 구름이 그늘이 되어 주기에 걷기에 딱인 날씨였다. 골목길을 지나 해안가로 가는 길도 오르막이지만 아기자기하고 보기만 해도 힐링 그 자체였다. 기차역으로 내려가는 길과는 달리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간간히 이 골목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기차역으로 향하는 사람들 뿐. 지나가던 여행객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 사진도 찍어준다. 혼자 여행하면 언제나 나의 사진은 없고 풍경밖에 없는데 덕분에 나는 나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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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퀘테레 해안절벽 골목길을 따라

그런데 왠 일? 리오마조레로 가는 산길이 공사 중이었다. 아마 그래서 이 산동네로 가는 길에 사람은 없었고 기차역이 있는 반대방향에 사람들이 총총걸음을 하며 왜 내려갔는지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아쉬웠지만 나도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헛수고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마나롤라의 또 다른 뒷골목을 볼 수 있어 나름 즐거웠다.


마나롤라 기차역에서 내가 가고자 했던 리오마조레 산동네는 기차로 딱 2분 거리다. 기차역에 내려 사람들을 따라 다시 산동네로 올라갔다. 산동네로 가려면 절벽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이 동굴과 같은 터널도 아기자기 마치 바닷가 마을처럼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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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로마조레 기차역과 마을로 가기 위한 기차역 터널

마을로 올라가는 도중에 길거리 조그마한 노상도 보인다. 친퀘테레는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가끔 이렇게 신선한 먹거리와 생필품을 외부에서 가져와서 파시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20221116_105209.jpg 리오마조레 길거리 노상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 리오마조레는 그냥 선물과 같은 예쁜 마을이었다. 유럽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교회였지만 이 산동네에서 만나는 교회는 작고 이뻤다. 길거리 오렌지 나무도 선물이었고 그 밑에 굴러 떨어진 오렌지는 그냥 먹을 수 있기에 나의 입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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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마조레 골목길에서 만난 교회와 오렌지나무

이 조그만 골목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지쳤던 나의 마음과 불안은 사라졌다. 퇴사 후 무작정 도망치듯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했지만 앞날에 대한 걱정 근심은 항상 가지고 다녔었다. 무거운 배낭처럼 그 걱정과 근심은 그보다 더 무거웠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한 산동네였지만 이 산동네 친퀘테레는 그냥 상큼한 오렌지와 같은 마을이다. 지친 나의 몸과 맘을 오렌지향으로 상큼하게 만들어 주는 힐링의 마을. 그저 나는 이 마을들이 신기했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확 트인 또 다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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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나조레 꼭대기 정상에서 바라본 지중해

이 꼭대기 마을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시원하기도 했지만 그다지 깔끔하지는 않지만 알록달록한 집들이 이쁘고 하고 사람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절벽 담벼락에서 나도 인간미 나는 사진을 찍어보고 담벼락에 올라와 있는 고양이도 찍어본다. 집 나가 개고생을 하고 있는 나와 이 들고양이 신세는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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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퀘테레 리오마조레에서 만난 들고양이

오히려 담벼락에서 재롱을 부리는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덕분에 나도 또 웃는다.

웃음을 주는 친퀘테레 고양이


이 산동네 꼭대기 광장에서 고양이의 재롱잔치를 보고 또 땅바닥에 떨어진 오렌지로 나의 목마름을 달래고 다시 숙소가 있는 마날롤레를 구석구석 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다음날은 친퀘테레를 떠나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 만큼은 모든 것을 즐기고 힐링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마나롤라역 기차역에 도착하니 여행객들이 눈에 뜨인다. 그런데 배낭여행을 아기들도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배낭여행이 불편하지만 불편한 이곳에서 힐링을 찾으러 온 가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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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날롤라 기차역과 마날롤라 기차역에서 바닷가로 가는 아이와 엄마

마나롤라에 도착하니 하늘이 전날과는 달리 너무 파랗고 구름도 너무 예뻤다. 마나롤라 절벽공원에서 바라보는 마을 진짜 예술이다.

20221116_135600.jpg 맑은 날씨의 마나롤라 지중해 마을
친퀘테레 마나롤라 해변가 마을과 지중해

어쩜 하늘과 바다가 같은 색으로 이어졌는지 불편한 마을 친퀘테레는 진짜 신이 주신 선물과 같은 마을이다. 난 이 풍경을 보면서 해가 질 때까지 그냥 멍하게 오렌지를 까먹으면서 있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멍하게. 바다 절벽에서 쉬는 사람들 보면서 그냥 멍하게. 진짜 바다멍이다.

20221116_163504.jpg 절벽에서 힐링하는 사람들

친퀘테레 마을을 온전히 볼 수 있었던 이 날은 진짜 완벽한 날이었다. 지쳐있던 나의 마음과 몸을 달래주던 그런 선물과 같은 날이었다. 아기자기한 예쁜 풍경은 나의 눈을 호강시켜 주었고, 길거리에 떨어져 주어 먹은 오렌지는 목말랐던 나의 입을 호강시켜 준 그런 날이었다.


그 후 1년 뒤 오늘. 이 날은 빡센 날이다. 왜냐하면 하루종일 디지털배움터에서 내 입을 움직여야 하는 날이어서이다. 지쳤던 내 몸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아로마키트 샘플이 택배로 와있었다. 왕초보쌤 프로젝트에서 같이 스터디하는 오렌지님이 보내준 키트였다.

KakaoTalk_20231123_060742093_04.jpg 오렌지님이 보내준 아로마 샘플키드

오렌지님이 보내준 아로마향을 맡으면서 하루종일 시달렸던 나의 지친 몸과 맘을 달래주었다. 역시 오렌지님처럼 상큼한 오렌지 아로마가 피로를 풀어주기에는 딱인듯하다.


이 날 밤 11시에는 아로마키트를 보내 준 오렌지님의 첫 유료클래스 오픈일이다. 왕초보쌤 프로젝트의 첫 스타트 하는 날, 즉 오렌지님이 이 날 처음으로 유료강의를 시작하는 날이다. 나의 학생이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하는 날 나도 설레었다.

KakaoTalk_20231123_060742093_01.jpg 오렌지님의 아로마 힐링타임

오렌지님의 강의는 역시 오렌지님처럼 풋풋하고 싱그럽다. 이 날 지쳐있던 나의 몸과 마음을 아로마 향기와 마사지로 나를 다독이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또 하나의 힐링 선물이었다. 마치 1년 전 오늘 오렌지가 나의 갈증 난 입을 힐링시켜 주었던 것처럼 오렌지님의 강의는 나의 피곤을 사라지게 해 주고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그런 가치를 일깨워주는 그런 힐링 선물이다.


나는 이 선물들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1년 전 오늘이나 지금의 오늘, 또 1년 후 오늘에도 따뜻한 힐링을 선물을 기억할 것이다. 마치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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