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 바닥을 치다

by 그날

보아요

무엇을 보았는지 알아요??

엄마가 옷걸이를 봤어요

실망했어요

그래서 속으로 울었어요


우리 집 6살 막내딸의 눈으로 바라본 아침 풍경이다...

네 명의 아이가 아침마다 벌이는 설전임에도, 어린 눈으로 보기에 오늘은 유난히 최고 중에 최고 상황이었던지 받아 적어 보란다.

오늘은 정말 특별했다.


옷장문을 다 열어젖히고 양말은 여기저기 나 뒹굴고... 아직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아 바닥에 놓인 가을 옷상자 뚜껑은 열어서 헤집어 놓고, 길게 세워진 옷걸이에는 걸치다 걸칠 곳이 없어서 탑에 탑을 쌓아 놓았다.

나의 심사를 최고로 뒤틀어 놓은 건 옆으로 길게 놓인 옷걸이를 부러뜨려서 옷걸이 행거와 옷이 겹겹이 포개어져 있는 것을 보는 순간... 내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들도 심각해진 상황 속에서 “절대 방문 열지 마세요” “오늘 와서 다 치울 게요”를 날리며 바람처럼 쌩 하고 하나 둘 사라졌다. 정말 순식간에~ 아이들을 다 보내고 내 안에 오물을 다 걸러내듯 옷들을 주섬주섬 개고, 걸고, 옷상자를 정리하고.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그동안 내 욕심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킬

요량으로 학습지 교사를 하며, 다른 아이들이 하다 만 깨끗이 남겨둔 학습지 까지도 차곡차곡 모아 두었었는데... 그 피 같은 교재들을 쓰레기 박스로 다 내 보냈다..


나의 욕심쟁이가 나가기 싫어 바락을 하는 순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살아 있었다. 살아야 했다. 바락바락...

최강의 원격 폭격기를 맞기 전까지는...


오후가 되고 나의 평안을 절대로 내어주지 않을 둘째의 공격은 시작되었다. 엄마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소식... "도서관의 책을 잃어버렸으니 돈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똑같은 책을 사 오라"는 학교 사서 도우미의 전화. 늘 따라다니는 영... 가는 곳곳마다 물건 잊어버리기, 놓고 오기, 생각 안 하기...


두 번째 공격...

실컷 간식 먹이고 합기도 도장으로 차량 운행해주며 보내 놓은 셋째가, 집에 돌아와 한숨 돌리고 나니 뒤따라 들어왔다. 시작시간 2분이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었단다.

어제에 이어 이틀째 결석...


거기다 유치원을 다녀온 넷째의 고집 피우기 작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끝까지 떼를 쓴다. 아~놔! 이 순간 미칠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 빨리 도망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 최후의 수단으로 작은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갔다. 아무도 나의 공간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예수는 그리스도!'

'하나님, 저 너무 힘들어요. 제 짐이 너무 고되고 버거워요. 나 어떡해요~!'만 연거푸 아뢰었다.


엄마의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장실엘 다녀온 막내는 엄마를 불러댔다. 이 세상에 그 무엇이 다 있어도 자신을 채워줄 존재는 오직 엄마였다. 집안의 다른 아이들은 이 긴급사태가 아주 위급함을 알고 쥐 죽은 듯 소리 없는 긴장감이 돌았다.


그런데 막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방문 앞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그러고는 오직 이 세상은 문 안에 있는 엄마와 문 밖 자신과의 일체감뿐이다.

“엄마 저예요” “오빠 와서 게임해요”

“큰 언니도 왔어요”

“거기 있지요? 있으면 신호를 보내봐요.”

“우리를 놔두고 가지 않지요?”

“아빠도 왔어요”


언니가 눈치 있게 좀 하라고 하는데도 우리 막내에게는 엄마를 만나는 것이 최고의 해답이었던 거다.

내가 그 속에서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안 나오면 안 될 것 같은 그 애정이 용솟음쳤다. 나도 이 간절한 아이처럼 애 닳은 마음의 소원 하나가 언제 이리도 많은 세상의 찌꺼기들로 덕지덕지 붙어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일까?


내 아이들을 내 것이라 착각하고 어느 것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쉽지 않은 나의 몸부림들로 힘이 들고 애가 탄다. 아이들의 영혼, 생각, 세포 하나하나 내가 창조해 낸 건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

나 또한 엄마이기 이전에 사랑받아야 할 그분의 존귀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어느새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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