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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May 28. 2023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의 진심

한 아이의 인생을 구하라!

내가 암투병 중에 모든 히스토리를 인스타에 기록했을 때, 그즈음 나를 찾아와 준 언니.


같은 지역 같은 병원 환우 동지로  우리는 실제로 만났고,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가 잘 통한 우리는 실친이 되었다.  


몇 달 후,  언니 부부가 투잡으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서 직업이 설계사인 내게  화재보험을 가입했다.


업종이 다양한 고객님들의 가게를 접할 때마다 각자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많이 듣게 되는데  언니에게 들은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가끔 뉴스 속에서  무인 가게 사장님들의 고충을  들은  적이 있었다.  돈을 내지 않고 물품(아이스크림)을 그대로 가져가는 소위 '도둑'들 때문에 크고 작은 피해를 겪었던 사례들. CCTV로 범인을 잡아 얼굴을 공개하기도 하고 추적 끝에 결국엔 거의 잡히기도 하지만, 잡고 보면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훈방 조치를 한다거나 손해가 크면 합의하에 선처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던 그런 얘기들이었다.


언니 가게에도 그런 일이 잦았다고 한다.  천 원 미만의 아이스크림 한 개여도 계산하지 않고 그대로 갖고 튀는 사람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 가운데 어떤 한 아이가  누가 봐도 능숙하게 아이스크림을 가득 담고도 계산하지 않고 가게를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장인 언니 부부는 고민했다.  이건 반드시 신고를 해야 했다. CCTV를 돌려 본 경찰 측도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다  이 아이를 그냥 놔두기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데는 시간문제라고 판단했을 터였다.


결국 언니 부부는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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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엔 아이의 부모를 만나 금전적 손실을 얘기하고  합의를 해서 아이를 풀어줄 수도 있었겠지만, 언니 부부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아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게 하는 것. 자기 잘못을 알게 해주는 것 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양심을 바로 잡아주는 거였다.


자기 아이가 상습적으로 도둑질을 했다고 하면 부모의 반응은 대부분  강한 부정이 먼저였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어요. 어떻게 내 아이를 신고를 해요?


그러나 CCTV를 보면 바로 꼬리를 내리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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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입은 피해로 경고문을 붙여보기도 하고 경찰에 여러 번 신고를 했지만,  합의금조차 원한 적 없었던 오로지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바로 잡아준 일이 이뿐만이 아니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악의 앞에서 선한 결과를 보여주는 언니 부부가 놀라울 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무인 가게를 지날 때마다,  간판 안에  보이지 않는 가게 이름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양심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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