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플로어

by 김진용


엘리베이터 안은 여름밤의 끈적한 습기로 가득했다.


나는 말없이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형 내릴 때 1층 눌러줘." 동생이 내게 말했다.


"1층? 왜?"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아, 저녁에는 1층 눌러놓으면 다른 분들 빨리 타실 수 있으니까. 난 맨날 누르고 내려."

하고 동생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우린 3층에 산다.


그럼에도 생각하지 못한 동생의 작은 배려에 나는 흠칫 놀랐다.


높은 층이 아니기에 닿지 않았던 생각의 끈이 그를 통해 아주 조금 길어진 기분이었다.


이곳에 사는 대부분이 하루 종일 퇴근을 기다렸을 테니까.


나는 1층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저녁 8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동생이 서울을 나갔다 오는 날이면 나는 광역버스가 멈추는 가까운 정류장에서

가끔 동생을 태우고 같이 집에 오곤 하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동생은 신발을 벗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차 키를 내려놓고 담배를 태우려 다시 현관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는 아직 아무도 타지 않았는지 1층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비상구 문을 열어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예상대로 1층 현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밖으로 나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여름밤공기와 뒤섞여 들리는 매미의 울음소리 그리고 가로등 아래 서로 부딪히며 떠도는 하루살이들이 보였다. 그들의 정신없는 날갯짓이 오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문득, 거울을 보는 것 같다가도 작은 사회를 보는 것 같다가도 매미의 울음소리가 더해지니 세상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자동차 한 대가 코너를 돌아 내 앞을 지나갔다.

나는 연기를 퍼뜨리지 않으려 자리를 옮겼다.


나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고 그는 상당히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는 시선을 돌려 담배를 마저 태웠다.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지 멀리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회사의 상사이거나 업무와 관련된 전화인 것 같았다.


담배를 태우는 동안 몇 대의 자동차가 더 지나다녔다.

아마도 퇴근길의 누군가였으리라.


선선한 바람이 불자 담배는 빠르게 자신의 몸을 감춰 날아갔고

나는 마지막 한 모금을 날려버린 뒤 남은 불씨를 땅에 비벼 껐다.


쓰레기봉투에 담배를 버리고 아파트 현관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자세를 낮춰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는 가로등 불빛 아래 하루살이처럼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며 통화를 이어갔다.


나는 그런 그를 뒤로한 채 현관으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는 아파트에서 가장 높은 20층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동생의 말과 함께 밖의 남자가 떠올랐다.

그러고 나서 나는 잘못이라도 한 듯 황급히 방향을 틀어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 버튼을 눌렀다.


왠지 모를 편안함이 나를 아주 잠시 채우고 떠났다.


나는 다시 계단을 올랐고 2층에서 3층 사이 어딘가 내 발걸음이 닿았을 때,

1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한 남자의 무게 실린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몇 초 후, 내가 3층에 다다랐을 때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살포시 내 두 귀를 스쳐 지나갔다.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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