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ug

by 김진용


2024년 9월 20일 금요일. 날씨 흐림.


나는 정확히 오 년 전 집을 떠났다.


전쟁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때부터 여러 가지 것들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 년 후, 내가 집에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오늘, 그 아내가 병원에서 퇴원했다.


이것은 정확히 일 년 전 있었던 일들을 기록한 내용이다.


.


사 년 만에 방문한 집은 낯설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보니 되레 나를 더 경계하며 어색하게 반기는 강아지, 차오.

사람의 온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냉기로 가득한 거실.

여러 가지 요리 기구들이 널브러진 채 잠시 분주했던 상황이 그려지는 불 꺼진 작은 주방.

그리고 유일할 정도로 깔끔히 치워진 식탁 위에 준비된 식은 뇨끼와 빵 두 조각.


아내는 서둘러 부엌으로 뛰어가 지저분한 주방 기구들을 치우고 의자를 빼내어 나를 불렀다.

나는 어색함을 덮어두고 식탁으로 걸어가 그녀가 차려준 요리를 먹었고

우리는 여태껏 나누지 못한 긴 대화를 그날 모두 쏟아내듯 새벽까지 나눴다.


하지만 문제는 그날 이후부터 시작됐다.


나는 전쟁에서 돌아온 첫날부터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와 고통에 울부짖는 울음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몸에 총이나 포탄을 맞고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가 걸쭉하게 흘러내리는 핏 소리가 내 온 정신과 육체를 휘감았다.


악몽은 매일 같이 이어졌다.

작은 상황들만 바뀔 뿐, 짙은 어둠 속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고 반복됐다.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식은땀은 마를 일이 없었으며 심장 박동은 항상 고조되어 있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나는 언제나 전쟁 속에 존재했다.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 썩어갔다.

매일 밤 잠을 설쳐 피폐해져가는 정신과 동시에 사라지는 욕구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나는 느껴지지만 통제할 수 없고 망가지는 정신의 무력함에 굴복해야만 한 것이다.


하루가 더해갈수록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나를 몰아넣었고 급기야 나는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마트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 길을 걷다 누군가와 살짝 옷깃이라도 스치면 나는 극도로 심한 경계를 하고 그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맹수가 사냥감을 사냥하듯 그의 목덜미를 졸랐다.


내 옆에 아내가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나는 어느새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있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아내는 나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먹던 식사 자리 또한 횟수가 점점 줄어들다 급기야 우리는 서로를 피해 식사를 했고 뜨겁기만 했던 잠자리 또한 활짝 만개했던 화려한 꽃 한 송이가 서서히 시들어져가듯 차가워지다 못해 둘 사이의 냉기가 맴돌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내 삶에 더 짙은 암흑이 찾아오리라고는.


지옥과도 같은 생활이 반년쯤 반복되었을 무렵, 어느 날 아내는 조용히 나를 식탁으로 불러냈다.

나는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날 또한 이유 없이 화가 난 채로 부엌으로 향했다.


내가 식탁 근처에 다다르자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 얼마 못 산대."


"... 뭐?"

나는 당황하며 말했다.


"곧 죽는다고."


그녀가 단호한 말투로 이어 말했다.


"암이래. 전이도 조금 됐고."


"그게 무슨 말이야? 암...이라고?"


"응."


"언제부터? 도대체 갑자기 왜...?"


하지만 그녀는 그 이후의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게 알고 있어, 그냥."


이것이 우리가 일 년 전 오늘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그녀는 입원했다.


.


그날 이후 지난 일 년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각자 다른 의미의 전쟁 속에 존재했다.

그간의 생활을 나열하자니 나는 밀려올 고통의 크기가 가늠되어 이만 생략하기로 했다.


나는 오늘 아침 일 년 간 아내가 입원한 병원의 입구 앞에 서 있었다.

대략 삼십 분 정도 병원 앞을 서성이고 있을 때, 아내의 모습이 유리창 안쪽으로 보였다.

나는 곧바로 출입문을 향해 뛰어갔고 때마침 그녀 또한 모든 수속을 마치고 병원을 나왔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를 향해 있는 힘껏 두 팔을 벌렸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있는 힘을 다해 내게로 달려와 안겼다.


"당신 품이 너무 그리웠어."

하고 아내가 내게 말했다.


서로의 심장소리가 터질 듯 각자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꿈만 같아."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향해 다시 말했다.


"미안해, 여보. 정말 미안해."


그러자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고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울음을 끝까지 참아가며 이내 감정을 다스리고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녀의 눈물이 어느새 내 오른쪽 어깨를 전부 적셨다.


"여보, 배고프지. 얼른 집으로 가자. 내가 당신 좋아하는 감자 요리 해놨어."


잠시 후 그녀는 꼭 끌어안은 두 손을 풀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 또한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띠었고, 곧이어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


그때,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아내가 잠을 설쳤는지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여기서 펜을 내려놓고 쓰던 것을 멈추어 노트를 덮고는 침대로 들어가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두어 번 몸을 뒤척이더니 이내 내 품 안으로 들어와 내 몸을 감쌌다.


짙은 암흑이 온 땅에 깔린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의 끝에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은 채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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