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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ver Young 11시간전

결혼 생활

의지하되 홀로서기(2)

 




당시에 남편은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직장에서의 일도 그랬고 진행 중이었던 논문도 그랬고, 뭐 하나 자신의 뜻대로 잘 처리되는 일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렇게 마음의 공허함을 달래려고 헤매다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카메라였다. 그런데 내가 그 카메라를 [안돼!] 하면서 빼앗아가려고 하니 그는 그저 착잡한 심정이었다.


남편은 딱히 취미라고 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처럼 운동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지도 않았고,   TV를 열심히 챙겨서 보는 일도 없었다. 그나마 결혼 전에는 하루에 한 두 캔씩 방에서 안주와 함께 먹는 맥주가 그를 위로하기도 했겠지만, 살면서 가정에서 술냄새 풍기는 남자를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아내에게 술을 마시는 가장은 몹시도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서 남편은 회식을 제외하고서는 점차 술을 입에 대지 않게 되었다. 내가 남편에게 하는 모든 말을 반추해 보면 주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가 [해도 돼!]보다 월등했다.  1년 간 2-3번 친구들과 여행 가기, 저녁에 맥주 마시기, 낚시 혹은 등산 가기 등등 자신의 오랜 습관과 이별을 하기 위한 남편의 노력을 바라보기보다는 늘 그 결과가 얼마나 완전한지를 판단하기에 급급했던 나라서 주로 칭찬보다는 그가 하는 노력+@를 더 바랬다. 마치 예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더 잘할 것을 독려했던 것처럼 남편을 대하던 행동을 나는 스스로 자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카메라나 사진 보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는 남편의 눈을 본 이후, 며칠 동안 나는 위와 같은 자기반성을 하고 있었다. 다른 남편들이 밤이면 게임을 하고, 아니면 자주 술자리에 나간다거나 집에 와서는 옆으로 누운 자세로 소파에 붙박이로 있는다거나 하는 행동을 남편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하고, 레시피를 뒤지고,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늦게 퇴근하는 아내를 마중 나오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남편의 이미지이다. 이런 노력에 대해서 나는 몇 번이나 진심으로 고맙다거나 정말 잘했다~ 등의 반응을 보여주었을까. 집안일을 도와주고, 어디든 나랑 함께 다니고, 집에서도 나랑 같이 오래도록 대화하고.. 모두 아내와 함께! 하는 이 모든 일들을 왜 나는 당연하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그도 엄연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즐길 취미도 필요한 지극히 평범한 30대 후반의 남성인데 말이다. 내가 지나치게 남편을 의지하는 행동이 그를 많이 답답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쳤다.


나는 그의 그에게 [사진]을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논문이든 뭐든 너무 급하게 억지로 하지 말고 정말 하기 싫으면 굳이 꾸역꾸역 하지 말 것. 타인을 위한 사진 보정이나 그 외 사진과 관련된 것들을 자유롭게 할 것, 그간 칭찬의 말을 많이 해주지 않아 미안하다는 것 등을 서로 손 꼭 잡고 이야기하였다. 그간 거짓말해 가며 종종 아내 몰래 야밤에 보정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느라 홀로 진을 뺐던 남편은 그날 모처럼 악몽도 꾸지 않고 달게 잤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부터 남편은 보정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게 색감이나 디자인과 관련해서 물어보기도 하며 한결 편안하게 취미를 즐긴다. 오히려 완전히 마음을 오픈하고 실컷 하라고 하니 나 몰래 쫄깃한 심장 부여잡던 스릴이 사라져서인지 최근에는 다시 논문을 진행해 보겠단다.(역시..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인가..)


나 또한, 남편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태도를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매일 신경 써주고 보듬어야만 하는 아내가 아니라, 힘들면 기대고 의지하고 용기를 불어넣는 그런 아내가 되기 위해.

얼마 전 방송매체에 뿌엥 아내라는 이미지의 부부가 나왔다. 물론 내가 그 정도로 울지는 않지만 남편에게 의지하는 그 모습이 마치 나의 모습과 같이 보였다. 조금 더 든든한 아내가 되도록.. 이 마음 한결같이 유지해 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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