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충격 발작기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시선 처리, 눈빛의 흔들림, 호흡의 깊이...
목소리만으로 알 수 없는 감정의 디테일까지 내 눈으로 느끼고 확인받고 싶었다.
적어도 이런 과정까지 거쳐야 온전히 상대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만 반복하고 이해할 수 없는 말들만 되풀이하면서
'나를 이해하는 거니?'
되물어 확인하는 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내가 가진 이해의 폭이 좁은 건지, 믿기 싫은 말들에 대한 반감인 건지, 그냥 아무것도 인정하기 싫었다.
대체 인간이 어디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지 끝이 궁금하긴 했지만, 진짜 끝을 볼까 봐 두렵기도 했다.
매일 밤 생각했다.
문제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으며, 그 시점부터 되돌린다면 우린 달라질 수 있을까?
밑도 끝도 없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밤의 연속이다.
멀미 나는 이 생각을 언제쯤 그만하게 될지...
궁금한 건 여전히 많지만...
궁금해하면 할수록
깊이 빠져든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멈출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