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야! 정말 예쁜 카드 아주 고맙게 받았단다. 카-드를 보내주는 손주는 수지밖에 없구나. 그래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 협이도 잘들 지내지? 학교에서 기말고사는 잘 치렀는지 궁금하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못할 것이 없단다. 사람은 태어나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배운단다. 할아버지도 지금 나이가 많아도 internet에서 중국말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단다. 어디에 꼭 쓰려고 하는 것보다 뇌를 계속 훈련을 시키면 늙지 않아서란다.
오늘은 아침에 기념우표가 나오는 날이어서 우체국에 가는데 얼마나 추운지 귀가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느라고 수지는 얼마나 춥겠느냐? 몸조심하고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 정말 수지 생일이 12월 11일인데 갈 수가 없으니 그다음에 생일선물을 전해주어야겠구나. 그래서 수지에게 E-메일을 보냈는데 보았냐? 자주 가야 되는데 못 가서 미안하다. 할아버지도 한쪽 눈을 수술을 해서 잘 보이지만 나머지 한쪽은 아직 수술을 못해서 한 눈만으로 세상을 보니 거리감이나 입체감을 가질 수가 없어서 불편하단다. 그래서 무료로 치료해주는 곳이 있어서 매일 그곳에 가느라고 갈 시간이 없구나.
그러나 가까운 날 한번 갈 것이다. 금년부터는 제도가 바뀌어서 방학이 늦는다고 신문에 났는데, 그러냐? 시간이 나면 방학 전이라도 이곳에 오너라! 요즘에는 엄마도 헬스클럽에 간다고 하는데 그러면 수지가 동생도 건사해주고 밥도 먹이고 하느라고 어려움이 많겠구나. 그러나 모두 가족을 위해서 잘 살고자 하는 일이니까. 가족이 힘을 합쳐서 열심히 살아야 한단다. 그러면 행복이 따라오는 법이지! 힘이 들어도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살아야 한다. 엄마 아빠 속상하게 해드리지 말고 협이도 잘 타일러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수지야! 날씨는 춥다. 우선 몸조심하고 다음에 공부하는 것이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행운은 오는 것이란다! 수지야! 그럼 다음 만날 때까지 안녕!
서울에서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는 항상 그러하였다. 생일, 입학, 졸업, 명절, 계절에 마다 인사하고 선물을 주셨다. 그게 그 노년의 주는 기쁨이었으리라 지금 생각해보지만, 당시에는 당연하게 받았다. 가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노력하면 언젠가 행운이 오는 것이란 이야기도, 어디에 쓰려고 하기보다 배움은 끝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당연하게 들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필터 없이 받아들였다.
1
그리고 지금도 돌아보면 그 이야기가 틀린 것 하나 없다. 그 연세에 한쪽 눈이 불편함에도 컴퓨터로 중국어 공부를 하는 시간은 그의 삶에 매일 차곡차곡 쌓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쌓인 벽돌과 같은 두터운 것이 곧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되어 돌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손자 손녀들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다. 자신이 해보니 배움은 끝이 없노라고, 그것이 어디에 꼭 쓰이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실용성을 따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취미에 돈이 들어가는 것을 꺼려할 것이다. 인생을 그렇게 in put과 out put이 정확하게 잰 듯 딱- 떨어지지 않으므로, 어디에 쓰려고만 배운다면 금방 실망하고 말 것이다.
2
가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도 맞다. 어느 가족이나 모두의 서사가 존재하기에 슬픔, 아픔, 기쁨이 공존하는데 그것을 합쳐지느냐 분리되느냐에서 가족의 소속감이 달라진다. 온전히 나의 것을 받아줄 수는 없고, 나의 것을 오히려 내어주듯 상대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되는 때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부글대는 속을 참고 견디는 형태라기보다는,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는 것- 나의 배려를 내어주는 형태일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상대 또한 날 이해해주는 때가 존재한다. 뭐 서로의 빈도와 강도는 다르겠지만 이것의 반복이 가족의 협동과 안정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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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도 맞다. 노력을 빚어내는 음식에 비유한다면, 그 재료에는 성실과 끈기가 들어갈 것이다. 성실은 그 일을 하는 태도에 필요하고, 끈기는 그 일을 반복하는 것에 필요하다. 언젠가 세계적인 선수 김연아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을 하는 김연아 선수에게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느냐”는 질문이 던져졌고, 김연아 선수는 어이없는 웃음이 삐져나와 이렇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
그냥. 내게 주어진 일을 그냥 반복하는 것- 이것이 노력이지 않을까.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그 성실함이 무기가 되는 날이 온다고 나는 누누이 생각한다.
사람을 잘 볼 줄 안다고 말하는 자는 그만큼 사람들을 보아왔고, 아기들의 거짓 눈물을 잘 볼 줄 아는 자 또한 이를 오랜 시간 보아온 자일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의 세월 동안 그만큼이나 세상과 자신의 삶을 보아왔고, 인생이 이렇다더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따분하고 지루한 이야기인 것 같아도 할아버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틀린 것 하나 없었다.
2022. 6. 29
버릴 것 하나 없는 인생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