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고백, 달콤한 진심

by 에벌띵

그날은 유난히 연습이 일찍 끝났다. 하연은 활을 케이스에 넣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해 질 녘 햇빛이 연습실 바닥을 길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전날, 은결은 유난히 말이 없었다.
하연이 무슨 얘기를 꺼내도, "응", "아니" 같은 짧은 대답만 돌아왔었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먼저 묻고 싶진 않았다. 하연은 눈을 피했고, 연습은 어색하게 끝났다.

오늘은 다를까. 하연은 창밖을 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하연아."

은결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하연이 돌아보며 은결과 시선을 마주했다.

"혹시... 조금만 걸을래? 그냥, 바람 좀 쐬고 싶어서."

하연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둘은 나란히 연습실을 나섰다. 자박자박, 나란히 걷는 발자국 소리만 울리는 고요가 이상하게 편안했다.
저녁빛이 번지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작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웃고 있었고, 나무 사이로 늦여름 바람이 불었다.

은결은 가방 속을 뒤적여 작고 납작한 사탕 하나를 꺼냈다.


"이거, 좋아할진 모르겠는데."

하연은 사탕을 받으며, 장난스레 눈을 가늘게 떴다.
"야, 설마 이거 하나로 어제 일 퉁치자는 거야?"

은결은 피식 웃었다.
“효과 있네. 말하는 거 보니까.”

하연은 사탕을 입에 넣으면서 슬쩍 그의 팔에 팔꿈치를 툭 부딪쳤다.
“웃기지 마.”

그 짧은 스킨십에 귀 끝이 아주 살짝 붉어진 은결이 조용히 말했다.
“나, 가끔은 많은 말보다 조용히 함께인 게 더 좋은 것 같아. 그냥… 옆에만 있어도 충분해.”

하연은 포도 사탕을 굴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거, 은근 고백 아냐?"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간 은결이 하연의 뽀얀 옆얼굴을 살폈다.
“… 사실 어제, 너한테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어. 네가 괜찮은지, 아니면 내가 뭔가 실수한 건지…”

하연은 시선을 내렸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 그냥, 내가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 같긴 해.”

“왜?”

하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조심하고 싶었어. 내가 네 마음을 잘 모를 때, 괜히 기대하게 될까 봐. 그런 거… 상처니까."

은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엔 말로 다 하지 못한 안도와, 안쓰러움이 섞여 있었다.

하연은 살짝 웃었다.
“비밀 하나 생겼네. 나, 너한테 자주 흔들렸거든.”

은결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말했다.
“… 그거, 또 사탕으로 풀리진 않겠지?”

하연은 피식 웃었다.
"아니. 근데 좀 귀여웠다."

그 말에 은결은 망설이다가, 손을 살짝 내밀었다.
하연의 손등에 손가락이 조심스레 닿았다.

“나도… 자주 너한테 흔들려.”

하연은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을 펴서, 그의 손을 가볍게 감쌌다.

그리고 그날 밤, 둘은 조심스레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잘 들어갔어?”
-응. 근데 너 사탕 취향은 합격.
-다음엔 좀 더 센 걸로 준비해 올게.

특별할 건 없었지만 그 어떤 말보다 진심에 가까운 대화.
그건 둘만의, 작고도 조심스러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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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