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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아줌시 3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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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진 Nov 11. 2021

더럽게

오래전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야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한 말

한 곡을 익히려면 몇 백번을 연습해야 한다니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했지


“더럽게 힘들어요.”     


그래,

하얀 걸레도, 닦고 닦고 또 닦아내다 보니 

더러워졌겠구나!

더럽게라는 말은 더러운 게 아니라

애를 쓰고 또 쓰고 또 썼다는 말이로구나.      


더럽게 라는 그 아름다운 말을

힘들 때면 따라 썼지, 쓰면서 이겨냈지

더럽게 힘들었던 오늘들

더럽게 이겨냈던 그날들    

 

더럽게 아름다운 청춘들

더럽게 아름다운 가을

더럽게 아름다운 마음들

더럽게 아름다운 시



*****************

말을 가만히 곱씹다 보면 말의 뜻이 문득 가슴에 스며들 때가 때가 있다.

더럽게 라는 말도 그랬다. 

혹시 모른다. 희야가 아닌 다른 사람이 더럽게 라는 말을 썼으면 

다르게 들렸을지도.

그러나, 더럽기 전에는 분명 깨끗함이 존재했을 것이고

더러워지기 까지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닦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자신이 더럽혀진 것이라면 

더러운 것은 과연 더러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나는, 가끔 희야처럼   

더럽게 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그러하니 혹여, 내게 더럽게 라는 말을 듣는다면 곡해하지 말고 들어 주시라.

그것은 애썼다는 말을 에둘러하는 말임을 새겨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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